[기자수첩] 교육현장에 벌어진 '사상 초유의 일'

[기자수첩] 교육현장에 벌어진 '사상 초유의 일'

최중혁 기자
2014.03.17 06:11

지난달 초 머니투데이는 새 학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고등학생들이 교과서를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교육부와 교과서 업체 간 교과서값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새 학기 교과서는 각 고교 창고에 방치돼 학생들에게 배포되지 못한 것.

출판사들은 올해 고교 교과서 희망 가격으로 지난해보다 74%(4630원) 오른 평균 1만950원을 제출했다. 교육부는 업체들이 교과서값을 터무니없이 높게 불렀다며 부랴부랴 '가격조정 명령제' 도입을 결정했다. 이어 지난 6일 희망가격에서 평균 50~60% 낮출 것을 업체들에 통보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2009년 교육부가 내린 지침에 따라 교과서 개발과 보급을 마쳤는데 정부가 뒤늦게 규제에 나선 것은 부당하다며 수용 불가 방침을 밝혔다.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은 지난 12일 언론에 대대적인 항의 광고를 싣기도 했다.

문제는 교육부와 업체들이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일선 학교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3월 개학을 하고 나서야 교과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겨울방학에 새 학기 교과서를 미리 살펴보며 예습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것. 학교 행정도 엉망이 됐다. 일단 '희망가격'으로 책값을 걷은 뒤 가격조정 상황에 따라 다시 정산을 해야 하는데 번거롭기가 예삿일이 아니다. 그 새 발생한 전·출입 학생들의 경우 따로 일일이 연락해 돈을 돌려줘야 한다.

상황이 이런 데도 교육부에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렇다 할 공식적인 해명이나 사과도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고를 쳤는데 설거지는 우리가 한다'며 책임회피에 급급하다. 대선 직후, 정부 교체기라면 이런 푸념도 들어줄 만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교학사 교과서' 문제에 '올인'하다 다른 업무들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의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영역에서는 과거 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비정상적인 일'이 새롭게 생겨나는 형편이다. 교과서가 배포되지 못한 일뿐만 아니라 초등 임용 합격생들이 단 1명도 발령을 받지 못하는 초유의 일도 발생했다.

국민들은 또 어떤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지 불안하기만 하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사후약방문 거리가 없는 지 세심히 살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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