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춘 청와대 교육비서관 당시 보고서 통해 경고
교육부와 출판사들이 신학기 교과서 가격을 두고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교과서 가격 폭등을 예상하고도 별다른 대책 없이 무리하게 관련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명박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내놓은 '교과서 선진화 방안'이 추진될 경우 큰 폭의 교과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당시 교과부가 이를 무시했던 것이다.
머니투데이가 19일 입수한 '교과서 가격자율화 후속 조치를 위한 기초 조사 연구(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김재춘 청와대 교육비서관(당시 영남대 교수, 교과부 교과서 선진화 위원회)은 "정부의 교과서 선진화 방안은 출판사가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해 학부모의 부담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정부의 '선진형 교과서'가 쪽수 증가, 지질, 색도, 삽화, 사진, 부록, 인쇄기법 등의 고급화로 가격 인상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교과서 구입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고등학교 교과서 권당 가격은 3800원에서 8000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특히 가격자율화 제도로 교과서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출판사가 참고서나 자습서의 가격도 덩달아 인상할 것으로 봤다. 일부 출판사는 교과서의 질적 개선 없이 가격만 인상할 우려가 있어 가격자율화 제도의 세부적인 보완 정책도 주문했다.
보고서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출판사는 최적의 가격을 결정하는데 학생, 교사, 학부모 등 소비자의 특성, 시장 구조 등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은 예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교과서 가격 상승을 불러오는 만큼 권당 가격 책정을 위한 출판사와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교과부가 지난 2010년 발표한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에는 교과서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으로 '교과서 가격의 조정을 출판사에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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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런 안일한 대책 속에 최근 몇 년 새 교과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교육부는 지난달 장관이 검인정 교과서의 가격을 조정하라는 명령을 내리면 출판사가 이를 따르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만들었으나, 출판사들의 집단 반발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교과서를 발행하는 90여개 출판사는 지난 12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교육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의 희생자가 될 수 없고 부당한 행위에 분노한다"며 "가처분 청구와 행정소송 제기 등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고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교과서 출판사의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제 와서 일방적으로 교과서 가격을 반토막 내라고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교과서 가격이 폭등할 것을 알고도 방치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