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학벌타파' 의지 있나

박근혜 정부, '학벌타파' 의지 있나

서진욱 기자
2014.06.17 07:17

[기자수첩]

'학벌 타파'는 우리 사회의 오랜 숙원 중 하나다. 박근혜정부도 학벌 타파와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핵심 교육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교육계의 요직에 앉힌 인사들을 살펴보면 진정성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교육계는 학벌이 왜 출세의 보증수표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 인사들은 교육계 요직을 독식하면서 파벌을 형성해 왔다.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인사가 2000년 이후에만 4명이다(이상주, 이돈희, 문용린, 김신일). 최근 교육부 장관을 겸임하는 사회부총리로 내정된 김명수 한국교원대 명예교수 역시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이다.

현 정부 들어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들은 더욱 득세하고 있다. 지난 12일 청와대가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을 교육문화수석에 임명하면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교육비서관-교육부 장관 등 요직을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들이 장악하게 될 상황에 놓였다. 교육부 산하기관의 곽병선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백순근 한국교육개발원장, 이규택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등도 같은 학과 선후배 사이다.

특정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게 되면 편협한 사고에 빠질 위험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일 처리가 '상명하복' 식으로 이뤄져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연을 중시하는 폐쇄적인 교육계의 특성상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교육계에서는 해당 기관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학연을 중심으로 한 인사발령을 자기 세력을 다지기 위한 도구로 활용해 왔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세력이 바로 서울대 교육학과였다.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 인사들이 건국 이후 우리나라의 교육 기반을 다지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러움을 산 교육시스템은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교육이 지나치게 경쟁 중심으로 이뤄져 학벌주의 및 서열화구조를 고착화시킨 잘못도 있다.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들이 교육계를 장악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 쪽에서는 학벌 타파와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외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학벌 만능인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회구조를 바꾸기에 앞서 정책결정론자들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부터 떨쳐내야 한다. '우리만은 학벌 타파에서 예외'라는 특권의식은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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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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