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작 '4명'이 감독한 '지하철 919공구'

[기자수첩] 고작 '4명'이 감독한 '지하철 919공구'

남형도 기자
2014.09.01 05:05

동공 발생한 ‘석촌 지하차도’ 감리원 4명, 2개월씩 시공상태 점검 안해…부족한 감리원 인원 늘리는 등 관련법 개정 필요

지난 28일 석촌 지하차도 조사를 마친 조사위원회는 발표 자리에서 “운이 좋았다”는 표현을 썼다. 계속 놔뒀으면 결국 붕괴돼 백제 고분까지 무너져 내렸을 거란 이야기였다. 문제의 지하철 919 공사 구간에서 발견된 건 무려 깊이 4~5m, 길이 80m 구멍이었다. 사고 전 발견됐으니 그렇게 표현할 법도 했다.

당시 지하철 919공구를 감독한 감리원들의 부실관리 실태를 단독보도([단독] 석촌지하차도 동공, '부실감리'가 키웠다)하며 다른 공사 구간도 운이 좋았다는 걸 알게 됐다. 지하철 915~923공구까지 품질·안전 점검을 제대로 한 곳이 없었다. 월 1회 이상 해야 하는 현장 상태 점검을 적게는 2~3개월, 많게는 10개월 이상까지 빼먹은 경우도 있었다. 현장 회의를 100회 이상 빠진 경우도 다반사였다. 다행히 다른 공구에선 구멍이 발견되지 않았으니 운이 좋았던 셈이었다.

공구 전부에서 상황이 이러니 이유가 궁금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책임감리제도에서 감리를 책임지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귀띔했다. 책임감리는 공사를 발주한 관공서가 관리감독권한을 전문 민간감리회사에 맡기는 제도로 200억원 이상의 건설공사에 적용된다. 관계자는 “홍콩에선 다리 하나 만드는데 감리원 40명을 두는데 우리나라는 고작 4명인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919공구 감리도 정기 안전검검 인원은 고작 4명. 토질·구조·시공·철도 등 분야별 인원이 한 명씩이었다. 다른 공구도 마찬가지였다. 현행 건설기술관리법에는 공사 규모나 금액 등에 따라 보조·책임감리원을 1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배치해야 하는 인원수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다. 제대로 감리할 수 있는 여건이 구조적으로 마련돼있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법적 책임이 누구냐”고만 따져 묻는 건 감리 부실의 끝없는 반복을 불러올 뿐이다. 왜 감리원들이 제대로 감리할 수 없는지, 감리원들의 부실 감리를 감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 이번 석촌 지하차도 동공 사고를 계기로 되돌아 봐야한다.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다음 번에는 ‘운’이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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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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