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추석연휴 잊은 120 다산콜센터 상담사 박해림씨

"정성을 다하는 120 다산콜센터입니다."
"제가 추석 선물을 사야 하는데 뭘 고르면 좋을 지 궁금해서 전화 드렸어요."
"네, 시민님. 그 부분은 개인적인 취향이라서 의견을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서울 120 다산콜센터의 상담원 박해림씨(25). 뻔히 장난처럼 보이는 전화지만 침착하다. 서울시청이나 구청 민원도 아닌 '신변잡기식' 문의전화가 자주 온다. 추석 때 방영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지나간 광고가 뭐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5년차 상담원인 박 씨를 곤란하게 만드는 전화들이다.
사실상의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6일. 이래 저래 설레이는 시기이지만 120 다산콜센터(이하 다산콜센터)의 전화벨은 쉼이 없었다. 하루에 많게는 150통의 민원을 해결하는 박씨의 바쁜시간을 인터뷰를 위해 잠시 멈췄다.
남들이 쉴 때 일하는 고단함. 그래도 올 추석에는 운이 좋아 '오늘(6일)'만 일하면 된다고 했다. 올해 설과 지난해 추석 때는 명절 당일까지 일했던 그다. 근무를 마치고 내일은 고향인 강원도 영월에 가족들과 함께 갈 예정이다. 다른 시민들처럼 모처럼 조부모를 봬러 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박씨 대신 이번엔 동료들이 다산콜센터를 24시간 지킨다. 서울시민의 민원이 연휴라고 없진 않다. 3명의 상담사가 8시간씩 교대로 서울시민의 민원 해결을 돕는다. 전화를 받고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민원은 알려주고 시간이 필요할 때는 해당부서로 이관해 민원을 요청한다.
추석 연휴 때는 주로 어떤 전화가 걸려올까. 박 씨는 "고속도로 상황이나 휴일에 문을 여는 병원이 어딘지 많이 묻는 편"이라고 답했다. 연휴 때는 근무 인원이 평소 대비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 담당하는 민원이 그만큼 많아진다.
평일에는 분야를 나눠 민원을 챙기는데 박씨는 수많은 민원 중 수도 업무를 담당한다. 단수가 되는 등 긴급 상황이 생기면 전화통에 불이 난다. 여러 민원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도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한 할머니의 전화다.
"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였는데 수급자 감면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걸 알게 됐어요. 할머니가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당 부서에 도움을 청해 그동안 못 받은 6개월 치의 수도요금을 감면 받을 수 있게 되셨죠."
뿌듯한 일도 많지만 힘든 일도 적지 않다. 120 콜센터는 시·구청 관련 민원을 돕는 곳인데 무엇이든 물어보면 응답해주는 곳으로 오인하는 시민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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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포켓몬스터가 몇 년도에 나온 거냐고 묻거나 영화 속에 어떤 장면이 나오냐고 묻는 일도 있어요. 이럴 땐 정말 난감하죠. 보이지 않는다고 함부로 대하는 시민들의 '매너'도 고충 중 하나에요. 인사하는 말투가 마음에 안 든다고 30분간 전화를 끊지 않거나 성희롱을 하는 경우 충격이 정말 커요."
실제로 이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 4월 이 같은 악성 민원인 7명을 120다산콜센터 차원에서 고소하기도 했다. 박씨는 "조금만 배려해서 말씀해주시면 다산콜센터 상담원들이 더 기분 좋게 시민들께 도움을 드리고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