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시교육청의 '탁상행정'이 황당한 결말을 낳았다. 여러 차례 공언했던 유치원 중복지원자 처벌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전날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학부모들 사이에서 떠돌던 '중복지원 안 한 사람만 손해볼 것'이란 소문은 사실이 됐다.
시교육청은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자신들의 주장만 고수하다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지난달 10일 원아모집 개선안을 발표했을 때부터 중복지원 처벌은커녕 적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체 지원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없을 뿐 아니라, 유치원별 입학원서 내용을 달리 기재할 경우 적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교육청은 지원횟수 제한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다. 선제적인 중복지원 적발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 혼란을 증폭시켰다. 뒤늦게 "유치원별 지원자 명단을 대조해 중복지원 현황을 적발하라"고 지시했으나, 상당수 사립유치원들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복지원 적발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시교육청 방침을 따른 학부모들만 손해를 입게 됐다. 시교육청의 '오락가락' 행정 탓에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한 것이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시교육청에 사기 당했다"는 분노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소송 제기 가능성을 언급하는 이들마저 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이들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누가 시교육청 방침을 지켰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취임한 조희연 교육감은 무엇보다 '소통'을 중심으로 한 교육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당선인 시절부터 학교현장을 찾아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과 대화를 나눴고, 학교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도 했다. '9시 등교'를 개별 학교의 자발적인 토론에 따른 결정에 맡긴 점에서도 조 교육감의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유치원 사태에서 보여준 시교육청의 독단적인 행보는 그동안 조 교육감이 보여준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듣기 싫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다면 이토록 극심한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착한 학부모들만 '바보'가 됐고, 시교육청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잘못을 시인했지만 아무런 해법도 내놓지 못한 채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게 2014년 마지막 날 시교육청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