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울대 '커닝 스캔들'은 왜 일어났을까

[기자수첩]서울대 '커닝 스캔들'은 왜 일어났을까

최민지 기자
2015.05.12 06:04

서울대가 '부정행위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발단은 서울대생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게재된 게시물이었다. 한 학생이 "철학과 교양과목인 '성(性)의 철학과 성 윤리' 수강생 10여명이 중간고사 때 커닝을 했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댓글을 통해 증언이 이어지고 이 일이 언론에 알려지자 해당 과목 교수는 지난 7일 재시험을 진행했다.

비슷한 일은 자연대 전공수업에서도 발생했다. 통계학과의 한 전공필수 강의를 듣는 수강생 70여명은 지난달 치른 중간고사 성적이 전부 무효처리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해당 학과에선 "일부 학생이 이의제기 기간을 악용해 원 답안지 대신 수정된 답안지를 제출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재시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에서 이처럼 부끄러운 일이 연이어 벌어진 이유는 뭘까. 가장 먼저 대학의 '솜방망이 처벌'이 지적된다. 커닝이 적발된 학생은 '성적 무효(F학점) 처리'부터 '유기정학'까지 다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유기정학의 경우 부정행위 사실이 학적부에 기록된다. 하지만 성적 무효 처분을 받으면 재수강을 통해 학점을 올려받는 방식으로 '부정행위 세탁'이 가능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부정행위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오래도록 만연해 왔다는 데 있다. 기사가 나간 후 일부 독자는 부정행위와 관련, 과거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10여년 전 커닝을 한 적이 있다는 한 서울대 졸업생은 "같은 학과생들이 단체로 듣는 필수교양 수업에서 한 학생이 작성한 답안이 앞뒤로 돌았다"며 "다 같이 커닝에 참여하다 보니 양심이 무뎌졌고 '베끼지 않는 사람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 부정행위를 했다"고 털어놨다.

한편에선 모 서울대 교수가 "일개 학과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을 기사로 싣느냐"며 기자를 질타하기도 했다. 모두 부정행위에 대한 윤리의식이 미흡함을 방증하는 사례다.

뒤늦게나마 서울대가 수강생 전수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선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거짓 성적으로 기업 채용 시장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는 졸업생이 나오면 부정행위가 확산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 서울대가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 행위 당사자를 강력 처벌하는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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