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익대, 은밀히 전공 통합…학생들 "주권 무시당했다"

[단독]홍익대, 은밀히 전공 통합…학생들 "주권 무시당했다"

이진호 기자
2015.05.17 11:36

홍대 세종캠, 영상영화-애니메이션 전공 통합 뒤늦게 밝혀져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의 영상영화 전공과 애니메이션 전공 통합 계획이 수시모집 요강을 확인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사진=페이스북 캡쳐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의 영상영화 전공과 애니메이션 전공 통합 계획이 수시모집 요강을 확인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사진=페이스북 캡쳐

학과 통폐합의 칼날이 예술대학의 상징 격인 홍익대를 겨눴다. 우연한 계기로 밝혀진 학교 본부의 밀실 행정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지만 학교 측은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7일 홍익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세종캠퍼스 조형대학 디자인영상학부 내의 영상영화 전공과 애니메이션 전공이 내년부터는 영상·애니메이션 전공으로 통합된다. 적용은 2016학년도 입학생이 2학년에 진학하는 2017년부터이며, 이는 학교 본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6 수시모집 요강을 우연히 확인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학과 통폐합 결정에 학생들은 "사전 의견 수렴도 없이 이럴 수 있느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영상영화학과와 애니메이션 학과 재학생들은 지난 8일부터 페이스북에 '홍익대 영상·영화/애니메이션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지를 개설하고 관련 학생들의 의견을 수집하는 한편, 진행상황을 공유 중이다. 영상영화 전공에서는 공간연출과 촬영 및 연기에 대한 기술을 배우고, 애니메이션 전공은 동작에 대한 이해와 캐릭터에 대한 연구 및 배경 동작 방법 등을 배우는 만큼 양 전공 사이의 차이가 커 통폐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두 전공을 영상언어를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한 전공이라고 생각하는 건 중국과 일본이 한자를 기반하는 언어를 사용한다고 같은 나라로 취급하는 것만큼 위험한 생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과 미리 협의되지 않은 '밀실 행정'에 대한 불만도 크다. 비대위는 "가장 큰 문제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에게 그 어떤 통지도 없는 상황에서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점"이라고 꼬집으며 "소속 학생을 배제한 채 전공을 통폐합한다는 것은 학교가 학생의 주권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는 말"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 본부의 향후 방침과 계획을 요구했지만 학교는 명확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개최된 공청회에서 학교 본부 측 패널들은 "두 전공이 합해져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통폐합에 따르는 구체적인 교육 방향은 내놓지 못했다.

공청회에 참가했던 서희강 홍익대 미대 총학생회장(예술대학 학생회 네트워크 준비위원회 의장)은 "학교 측 참석자들은 계속해서 '시너지', '학교 발전' 등 원론적인 의견만 전했다"며 "수치나 구체적인 계획들은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학교가 대학구조개혁 평가 등을 의식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학교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구체적인 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발전을 위해 전공 통합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공생이 불가능한 전공이 아닌 만큼 향후 커리큘럼 개발을 통해 진통없이 통합을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서종욱 홍익대 교무처장은 "영상영화와 애니메이션 각각 하나만으로는 제한적인 면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침"이라며 "상당히 오랜 기간 논의가 있어 왔고 전공 적용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그 동안 커리큘럼을 세밀히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럽게 느꼈을 학생들의 당혹감은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 측은 무조건적인 학과 통합 반대는 아니라고 밝혔다. 심웅기 비대위원장은 "일단 백지화 한 뒤 학교와 학생이 협의해 대책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학교가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개편)방향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오는 18일 개최 예정이었던 2차 공청회는 학교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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