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기 정남진수목원 대표

(장흥=뉴스1) = 최근 무분별한 벌채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탄소중립, 산림청의 30억 그루 나무심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산림업계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평생을 나무향기 맡으며 산과 동고동락했던 산림인으로서 벌채 논란이 이는 배경과 함께 30억 그루 나무심기 필요성을 이야기하려 한다.
한국전쟁 뒤 산림녹화사업이 시작됐고, 민둥산 특성상 365일 뙤약볕을 견뎌야 하는 수종들이 필요했고, 생태의 다양성보다는 최대한 빨리, 그리고 잘 자라는 나무들로 국토의 대부분이 빽빽하게 채워졌다.
소위 말하는 양수(햇빛을 보며 크는 나무들) 위주의 녹화사업이 산림녹화의 결정적인 성공 변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전 국토의 푸르름에는 성공했지만 다양성을 담보하지는 못했다.
숲은 한 번 조성되면 나무를 중심으로 생태계가 구성된다. 나무 한 그루가 터줏대감처럼 자신 주위에 있는 환경을 서열 순서에 따라 관장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서 자랄 수 있는 임산물은 버섯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다른 생태계가 들어설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다.
국내 숲 대부분은 소나무 위주의 숲 생태계가 나름의 규칙을 가지면서 촘촘하게 얽혀 있다.
이게 그저 아름다운 숲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조금만 시야를 확장하면 획일적인 숲의 보편성이 다양성을 해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숲에 조예가 깊은 산주들은 과거 간벌(일부 나무를 베어내는 일)을 주로 해 왔다. 비단 나무를 베는 것이 환경을 망치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경제성 없는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면 그 나무가 기득권처럼 차지했던 양분을 다른 생태계가 공유하면서 다채로운 생명들이 자라나는 힘이 된다.
빈공간에는 낙엽수, 침엽수, 각종 열매 식물들이 자라면서 산양, 멧돼지, 곰 등의 식량이 만들어진다. 산림의 순환, 자연의 시계바퀴는 멸절과 탄생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반복되면서 그 위대함을 뽐내는 것이다.
현재 정부의 30억 그루 나무 심기는 그동안 우리나라 산림이 가지고 있는 획일적인 숲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다양한 수종, 그리고 경제림으로 만들기 위한 스타트라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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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각에서는 생태적 다양성은 포기하더라도 현재 나무들을 외국처럼 아름드리나무로 키우자는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국내 토양의 현실을 보지 못한 빵점짜리 답변이다.
국내 토질은 외국처럼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토심이 깊지 않다. 사람이 잘 먹어야 잘 자라는 것처럼 토양이 양분을 잘 공급해야 나무도 잘 자란다. 우리나라 토질의 경우 양분을 잘 공급할 수 있는 깊이는 기껏해야 5m 정도다. 산림 선진국처럼 사람 키의 수십 배인 매끈하고 키 큰 나무가 적은 이유다.

이런 이유로 국내 많은 임업 연구자들은 '30~40년 벌기령'이라는 나무의 유통기한 개념을 도입한다. 나무가 크지 못하고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면 나무속부터 썩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환경이 비슷한 일본도 마찬가지다. 국내 목재가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좀처럼 맥을 못 추는 이유 중 하나이며,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썩어 문드러져 수종 갱신을 할 수밖에 없는 근거다.
설사 토양의 질이 좋은 곳에 위치해 나무가 공룡처럼 커진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를 벌목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30~40년'이라는 수치는 환경파괴를 위한 수치가 아니라 우리나라 토양과 기후, 경제성을 복합적으로 계산한 건강한 산림 만들기 숫자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환경단체에서 개벌(넓은 지역 나무들을 일시에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는 것)에 대해 문제 삼는 이들도 있다. 나무를 새로 심는 과정에서 어린 묘목은 죽고 심지 못하는 묘목은 방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같은 문제 제기가 일견 합당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국내 산림 현실을 외면한 일차원적이고 편향적 해석이다.
또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숲, 건강한 산림은 이미 국가에서 보존림으로 지정해 나무 베는 일이 전면 금지돼 있다. 벌채 허가조차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잘못된 해석과 일부 사례를 통해 산림업계가 산림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다는 주장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상적인 탁상놀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번 벌채 논란은 전국에서 묵묵히 산림경영을 하고 있는 임업인들에게 비수를 꽂았다. 우리 후손에게 인공호흡기를 꽂고 연명하는 숲을 물려줘야 한다는 주장에 할 말을 잃었다.
환경을 보전한다는 대의는 좋지만 수많은 과학적 데이터와 현실을 감안해 정책을 짜는 수많은 산림인들을 욕보이면서까지 현실을 호도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정부 정책은 단순한 호기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현장 상황, 각종 과학적 데이터, 경제성, 국내 산림 인프라 등 수많은 변수를 감안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단기적인 나무 베기가 환경파괴라는 1차 방정식 해법을 내놓고 임업계에 윽박지르는 행태에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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