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참여 '모두의 토론회' 개최...전문가 발제

광화문 현판에 한글을 병기하는 방안을 놓고 국가 정체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과 문화유산 원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다만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26일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모두의 토론회'에서는 '광화문 현판 한글 병기'를 주제로 전문가 발제와 국민 숙의 토론이 진행됐다. 발제에는 이상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정책연구실장,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원장, 김현경 한국전통문화대 국가유산관리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우선 이상열 실장은 광화문 현판 논의가 경복궁 복원 과정과 문화유산 보존 원칙, 한글의 국가 상징성이 맞물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화문 현판 문제는 단순한 문자 표기를 넘어 문화유산의 진정성과 국가 정체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라며 "오늘 모두의 토론회는 문자 표기 문제를 넘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문화유산의 가치와 국가 정체성의 접점을 찾아가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의견 수렴 결과 찬성 측은 한글의 국가 정체성과 상징성,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강조한 반면 반대 측은 문화유산 원형 보존과 역사성 유지를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전문가 조사에서도 문화유산 보존과 국가 상징성이라는 두 가치가 핵심 쟁점으로 나타났으며, 충분한 공론화와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박현모 원장은 현재의 한자 현판은 그대로 유지한 채 아래에 한글 현판을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의 한자 현판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성은 존중하면서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과 미래 세대의 가치를 함께 담자는 것"이라며 "광화문은 국내외 관광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대한민국의 얼굴인 만큼 한글 병기는 역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이어 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역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이어 살리는 것"이라며 "과거의 가치를 지키면서 미래 세대에 남길 새로운 유산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현경 교수는 한글의 가치에는 공감하면서도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번 논의는 한글과 한자 가운데 어느 문자가 더 중요한지를 가리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복원된 문화유산에 오늘날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현판은 건축물의 중심축과 상징성을 담고 있는 요소인 만큼 새로운 현판을 추가하는 것은 단순한 표기 보완이 아니라 광화문의 형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그러면서 "새로운 의미를 더하고 싶다는 취지가 곧바로 문화유산의 형상을 변경할 충분한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며 "광화문의 의미는 전시와 해설, 교육, 디지털 콘텐츠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장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