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10명 중 4명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박2일 숙의를 거친 뒤 부정적인 의견이 외려 늘어나 정책 추진 명분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17일 국민참여위원회 180명이 참여한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관련 숙의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참여위는 지난달 29~30일 1박2일 일정으로 숙의를 진행했다. 당시 국교위는 숙의 전·후로 두 차례 의견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숙의는 국교위 대입특별위원회가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입특위는 현 초등학교 6학년이 수능을 치르는 2033학년도부터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조사 결과 숙의 이후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5.5%로 과반을 차지했지만 숙의 전(58.3%)보다 2.8%포인트(P) 감소했다. 반면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41.7%로 숙의 이전보다 3.9%P 늘어났다. 토론을 거치면서 22명이 찬성에서 반대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연령별로는 자녀가 학령기에 있거나 대입을 경험해봤을 가능성이 큰 40대 이상에서 부정적 인식이 두드러졌다. 숙의 이후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바뀐 비율은 40대가 13.6%P, 50대가 13.9%P 각각 증가했다. 60대 이상도 7.5%P 늘었다.
서·논술형 평가의 우려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평가의 공정성'이 48.3%로 가장 많이 꼽혔다. 다만 숙의 이전과 비교하면 3.1%P 낮아져 토론을 거치며 일부 우려는 완화됐다.
실제 도입 방식을 가정한 질문에서도 전면 도입보다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숙의 이후 '일부 영역에만 도입'은 30.0%, '도입에 반대'는 26.7%로 두 응답을 합치면 과반을 넘었다. '일부 영역에 먼저 도입한 뒤 전 영역으로 확대'는 36.7%였고 '전 영역에 즉시 도입'은 5.5%에 불과했다. 특히 전 영역 도입에 대한 찬성은 숙의 전보다 6.7%P 감소했다.
도입 시기 역시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적정 도입 시기로는 현재 초등학교 1학년이 수능을 치르는 2037~2038학년도를 선택한 응답이 숙의 이후 39.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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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를 거칠수록 신중론이 확산되면서 국교위가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강행할 경우 학부모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숙의 과정에서 국교위가 배포한 참고자료가 서·논술형 도입에 우호적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이미 국민 설득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당시 국민참여위원에게 제공된 숙의 자료에서는 인공지능(AI) 채점을 활용하면 대규모 평가에서도 교사의 채점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과 선진국의 대규모 서·논술형 평가 사례 등을 A4 용지 약 5쪽 분량에 걸쳐 설명했다.
이날 국교위 회의에서 김영도 위원은 "AI에 지나치게 의존해 사람의 사고를 평가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대입특위에서 도입을 서둘러 논의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국민들도 도입 시기를 7~10년 이후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손덕제 위원은 "겉으로는 도입 필요성에 대한 찬성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숙의 이후에는 오히려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늘어 걱정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교사와 학생 의견까지 충분히 반영하면 도입을 찬성하는 비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