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천과 통합론 이견…"배척하지 말고 나가야" 주문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50여분 면담 시간 중 5분밖에 말하지 못했다. 29일 민주당 박상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다.
이날 오후 김 전 대통령은 동교동 자택을 방문한 박 대표와 마주 앉았다. 박 대표는 면담 시간 내내 이른바 '대통합'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폈다.
DJ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 평소 손님들이 DJ의 말을 경청하는 대화 양상과는 '거꾸로'였다. 최근 후배 정치인들을 만나 주로 훈수를 해 온 김 전 대통령이 이날만큼은 훈수를 들은 셈이다.
박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중도개혁세력을 대통합해서 후보단일화를 하면 능히 대선에서 이길 수 있지만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대통합을 하면 어렵다"며 "국정실패에서 자유로운 정치세력이 새 정책을 내걸면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후보단일화든 연합이든 국민 앞에서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주문하자 박 대표는 "처음부터 무조건 합치면 신뢰를 상실한다"고 답해 '의견차'를 드러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실제 일하는 여러분이 판단해서 하고, 어떤 일이 있든지 단일후보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박 대표가 잘해달라"고 당부하는 선으로 한 발 물러섰다.
박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극소수의 국정실패 책임자만 제외하고 친노파든, 민주노동당이든 모두를 포용해 한나라당과 맞서겠다"고 말했다.
강경한 배제론에서 다소 유연한 입장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열린우리당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박 대표가 후보단일화를 하겠다고 해서 희망을 갖지만, 잘되겠는가 하는 걱정이 있다"며 "감정을 상하게 하지 말고 (특정인물을) 배척하지 말고 나가야 한다"고 박 대표의 '배제론'을 에둘러 지적했다.
또 "국민이 바라는 것은 비한나라당, 중도개혁세력, 재야세력까지 포함해 대통합하라는 것"이라며 "대통합을 해서 단일정당을 하거나, 이해관계가 달라 (통합이) 잘 안되면 연합해서라도 (후보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과 만나 "민주당 창당 이래 민주개혁세력이 이렇게 사분오열되기는 처음"이라며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범여권 지지자도 (각각) 하나가 돼, 정책대결을 통해 국민 앞에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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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훈수정치' 비난에 직면한 김 전 대통령은 앞으로 당분간 정치인들을 만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