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7일 국회에 민생·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한나라당이 민생을 얘기하면서 중요한 민생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데 대해 강력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TV 생중계를 통해 방영된 '민생·개혁법안의 조속한 처리와 관련하여 국회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국회의사당이 아니라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리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입법과제에 관해 말씀 드리기 위해 국회연설을 요청했지만 아직 국회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그래서 부득이하게 오늘 이 자리에서 국회연설에 갈음해 말씀 드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국회의 허가사항이 아니라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국회가 헌법을 존중하지 않고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가로막는 현실을 접하면서 우리 민주주의의 장래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현실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대통령의 처지가 한심하고 부끄러울 뿐"이라며 "헌법이 무시되는 이 상황이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232건의 정부제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이렇게 많이 밀려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이 사학법의 볼모로 잡혀 있다는 점이다. 내용에 있어서 큰 이견이 없는데도 아무 관련이 없는 사학법에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발목을 잡더라도 당의 노선이 달라서 정치적 쟁점이 있는 법안을 가지고 해야지, 반대도 없는 민생·개혁법안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국민의 이익보다 정략을 앞세우는 당리당략"이라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은 평소 국회 안에서나 밖에서나 거의 매일 민생을 얘기했다"며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이라며 민생투어까지 벌이고, 대통령이 무슨 말만 하면 민생이나 돌보라고 다그쳤다. 민생을 정략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거듭 말해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래 놓고 이처럼 중요한 민생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은 참으로 모순된 행동"이라며 "아무리 정치가 정략적 동기를 배제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 정도에 이르면 도를 넘은 것이고 정치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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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정쟁을 하더라도 할 일은 하면서 해야 한다"며 "각 당이 당내 경선과 통합 논의로 바쁘겠지만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시급한 법안은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활동은 국회활동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개월에 한번씩 국회를 여는 관례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7월 임시국회를 소집해서라도 밀린 법안을 처리해 주시기 바란다"며 "얼마있지 않으면 국회가 대통령선거에 몰입하게 되고 이어 총선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처리되지 못하면 현재 계류중인 법안 모두가 폐기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법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지 의원 여러분께서 더 잘 아실 것"이라며 "수십번의 회의와 공청회를 거치면서 짧게는 1~2년, 심지어는 3년씩 걸려 마련한 법안이 그냥 폐기되어 버린다면 이보다 더한 국력의 낭비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