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 곳간은 비어가는데 돈줄 쥔 부처는 자기 몫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한 야당의원에게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4대강 등 큰 이슈이외에 문제점을 묻자 바로 돌아온 답변이다. 재정악화 등으로 다들 아껴야 할 때임에도 대통령실과 예산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 예산실 등은 자기 예산 증액에 바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정부 전체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2.5% 증액하는 것으로 편성한 반면, 대통령실 사업비 예산은 29% 증액 편성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특수활동비를 22.6% 증액하고, 영수증 증빙 필요없는 특정업무경비 20억원 신규 반영, 업무추진비 35% 증액했다.
기재부 예산실과 세제실도 특정업무경비 예산을 각각 60% 이상 늘린 예산안을 제출했다. 특히 기재부가 전 부처에 하달한 2010년도 예산편성지침에서는 '특정업무경비'에 대하여 부처별 총액을 2009년 수준으로 동결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조세를 담당하는 실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폭 증액한 것이다.
대통령 임기 중 재정적자 200조원이라는 민주당의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국가 경제의 걱정 중 하나가 재정 건전성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또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 등을 위한 재원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불필요한 부분은 아껴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국회 상임위별 예산심사를 보면 많은 부처가 시급하지 않거나, 시급하더라도 항목이 불분명했던 예산을 삭감하거나 없앤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기재부만은 거꾸로 간 것이다.
특히 증액 편성으로 지적받은 특정업무경비라는 점이 더 문제다. 특정업무경비는 수사 등을 할 때 실경비를 지원하기 위한 비용으로 업무에 지장을 줄 경우 영수증 증빙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비다. 물론 불투명한 비용이므로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통령실 등은 대놓고 큰폭으로 늘리거나 신설했다. 이러면서 다른 부처보고 예산을 아끼라고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한 드라마에 나온 "자신과 측근에게 엄격해야 성군"이라는 대사를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