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성폭행·살해 사건으로 비판 여론에 직면한 여·야는 9일 "3월 임시국회에서 아동성폭력 관련법안을 우선처리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민생법안을 외면한 채 세종시·지방선거를 둘러싼 공방에 몰두하다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아동성폭력 관련법이 신속히 처리되지 못한데 책임을 느낀다"고 토로했고,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3월 국회에서 분명히 정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야는 "국회가 아동성범죄 관련법안을 제 때 처리했다면 비극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비판론에 책임을 통감하며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조두순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는데도 여지껏 관련법안 처리에 속력을 내지 않았던 만큼 전형적인 '뒷북치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아동성범죄 관련 법안은 40여건이다.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경우 17건 중 9건 계류됐다. 이정선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13세 미만 아동의 친권자·법정대리인이 성범죄자의 거주지와 복역 현황을 우편으로 고지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지난달 19일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소위원회로 내려갔다.
김우남 민주당 의원도 같은 달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으로 열람할 수 있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청소년의 법정대리인에 한정됐던 열람권을 만 20세 이상 성년자로 확대하자는 내용이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위 법안이 진작 통과됐다면 숨진 이모(13)양의 부모가 사건이 발생하기 전 용의자 김길태(33)씨의 신상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비판론이 나오는 이유다.
전자발찌법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이정선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특정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계류됐다. 전자발찌 부착기간 상한선을 현행 10년에서 최장 30년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었다.
검사 출신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은 2008년 9월 이보다 수위가 높은 법안을 발의했다. 상습적인 아동성범죄자의 화학적 거세를 주장한 '상습적 아동성폭력범의 예방·치료에 관한 법률안'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박 의원은 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조두순 사건' 이후 의원들이 대부분 지난해 1월 관련 법안을 발의해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해야 했다"며 "그런데 여야가 정치적 쟁점에 매몰되다보니 아동성폭력 관련법안이 뒷전으로 밀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