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교부의 '조용한' 외교 재고해야

[기자수첩]외교부의 '조용한' 외교 재고해야

변휘 기자
2010.04.12 18:14

'삼호드림호' 피랍 사태가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4일 삼호드림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직후 청해부대가 추격 작전을 펼쳤지만 선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구출 작전을 포기하고 소말리아 해역에서 떠났다.

피랍 선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국민의 시선은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선주 삼호해운과 이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정부에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협상도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2007년 원양어선 마부노 1·2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돼 무려 174일이나 억류됐다. 2006년에는 동원호가 117일 동안 붙잡혀 있었다. 선원들은 억류 기간 동안 해적들로부터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다. 마부노호 선원들은 피랍 직후 "해적들이 몸값을 올리기 위해 한국인 선원만 골라 매일 구타했다"고 밝혔다. 해적들은 또 다국적군 군함의 공격을 받으면 한국인 선원을 방패막이로 세우기도 했다.

정부는 해적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납치 단체에 정부가 몸값을 지불할 수 없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피랍 사건이 부각되면 무장단체가 더 많은 몸값을 요구한다며 ‘조용한’ 협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피랍자 가족들에게는 정부의 ‘조용한’ 태도가 야속할 뿐이다. 과거 마부노호 사태 당시에도 정부는 보도 자제를 요청하며 ‘조용한’ 태도를 견지했지만 그 결과는 '최장기 한국인 피랍사건'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었다.

당시 마부노호 선원 가족들은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했던 정도만 노력했으면 조기에 해결 됐을 것"이라고 정부를 원망했다. 같은 해 샘물교회 선교단 23명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됐을 때 국가정보원장과 외교부 차관까지 직접 현장으로 날아가 43일 만에 사태 해결을 이끌어냈다.

피랍단체의 요구에 끌려 다닐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또 한 번의 동원호, 마부노호 사태를 우려하는 피랍자 가족과 국민을 보듬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조용한’ 대처만큼 ‘신속한’ 해결도 중요한 이유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