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딜레마 빠진 한명숙

[기자수첩] 딜레마 빠진 한명숙

김선주 기자
2010.04.28 17:14

국내 최초 여성 국무총리, 초대 여성부 장관, 환경부 장관, 대선 예비후보, 재선 국회의원, 참여연대 대표….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사회적 '스펙(specification)'은 간단치 않다.

재야 운동가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 입법부를 거쳐 내각 수장이 됐다. 경력으로만 보면 여·야 서울시장 예비후보 중 단연 최강이다.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정치검찰의 희생양'이란 이미지까지 획득했다.

별건수사 논란,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피해자 이미지를 굳히면서 '한명숙 대세론'에 힘이 실렸다. 한 전 총리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6.6%를 기록, 오세훈 서울시장(48.5%)을 바짝 추격했다.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6%p 차이로 오 시장을 따라잡았다. 오 시장이 현재 1위지만 오차범위 안에 들어가는 격차 인 만큼 본선에서 맞붙으면 수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일부에서 '오세훈 필패론'을 거론하는 이유다.

여론조사 적극 응답층은 아니지만 선거 당일 '조용한 진보'나 무당파 층이 결집하면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근거다. 민주당은 28일 한 전 총리와 이계안 전 의원을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확정했다.

한 전 총리는 이 전 의원의 TV토론회 참가 요구에 "당에서 정한대로 따를 것"이라고만 응대했다. 당 일각에서는 본선 경쟁력이 충분한데 경선 단계에서 미리 힘을 뺄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 나온다.

TV토론회의 특성상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갈 텐데 그렇게 되면 정치적인 자해행위 아니냐는 말이다. 같은 편이 든 매가 본선 때 독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논리다.

한 전 총리는 재야인사 때부터 축적한 내공, 화려한 경력, 연륜에서 오는 노련미, 단아한 외모, 정갈한 말투를 두루 갖췄다. TV토론회는 이런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생긴 '옛 사람'이란 이미지를 상쇄시킬 좋은 기회다.

TV토론회 거부는 원칙과 약속을 중시하는 한 전 총리의 성향과도 배치된다. 경선 때부터 '네거티브 맷집'을 키우면 본선에서 맞붙을 여당 후보의 공세는 식상해진다. 경선 때 치열한 검증과정을 거쳐 본선이 수월해지는 것이다. 선거전략의 일환으로 TV토론회를 회피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한 전 총리까지 그럴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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