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만에 열린 북한의 당 대표자회 결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의 후계구도가 공식화됐다. 2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28일 열린 대표자회에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당 중앙위 위원으로 선임됐다.
북한의 '3대 세습' 작업은 다소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김정은이 그 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탓에 공식 발표에 등장만 해도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예상을 깨고 군과 당의 최고 요직에 극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믿을 건 '핏줄'뿐···김경희, 후견그룹 선두에=북한의 권력 승계 행보가 압축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김정은 후견그룹'의 지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인물은 김 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다.
중앙통신은 28일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의 명령을 전하며 "김경희, 김정은, 최룡해 등 6명에게 대장의 군사칭호를 올려준다"고 밝혔다. 김정은과 함께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것에 더해, 발표 서열에서도 김정은보다 앞서 있었다. 김경희는 당 정치국 위원으로도 임명됐다.
이는 김경희의 북한 내 위상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 큰 무게를 지니고 있으며 김정은으로의 후계 작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3대 세습'을 위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핏줄'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성택 소외?=김정은의 후견그룹의 핵심인 동시에 실질적 '북한 권력서열 2위'로 평가받았던 장성택(김경희의 남편) 국방위 부위원장이 이번 대표자회 승진 인사에서 비교적 소외를 받은 것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장성택은 전날 '인민군 대장' 칭호 부여에서 빠진 데 이어 대표자회 인사에서도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에 머물렀다. 당초 김 위원장 등과 함께 5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오르면서 김정은의 완벽한 권력기반 확립 이전에 '섭정'을 펼 인물로 지목됐던 것에 비해서는 초라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장성택에게 후견인 역할을 맡기면서도 지나친 권력 집중을 우려해 견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경희의 경우 여동생이지만 매제인 장성택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김경희에게 더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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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부인 김경희는 물론 장성택의 인맥으로 꼽히는 최룡해가 '대장' 칭호와 정치국 후보위원, 비서국 비서 등을 맡으며 김 위원장이 장성택에게 힘을 싣기 위한 우회적 방법을 택했다는 해석도 있다.
◇리영호, 김정은 시대 '군 실세'로 부각=김정은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됐으며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등 여러 요직을 차지한 리영호 군 총참모장은 '포스트 김정일' 시대 군부의 새로운 실세로 급부상했다.
특히 기존 직제에 없다가 김정은을 위해 신설된 것으로 알려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것은 군 경험이 일천한 김정은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역할이 부여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날에도 지난해 2월 대장 계급장을 단지 불과 1년 반 만에 차수로 승진했다. 북한에서 최고의 포병 전문가로 꼽힌다. 군부 '2인자'로 나서며 권력 승계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김정은에게 군사 작전 분야의 핵심 참모 역할을 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