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결국 백지화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신공항 관련 발언 변화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대선 당시 '신공항을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겠다'며 강력한 추진의지를 밝힌 반면 대선 이후에는 '정치적 논리 배제'를, 최근에는 '소신론'을 강조하면서 백지화에 따른 여론의 '역풍'을 대비한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2007년 4월25일 대구를 방문해 "대구가 매년 지역내총생산액(GRDP) 꼴찌를 기록하는 이유는 내륙도시 한계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동남권 신공항을 만들어서 대구가 세계로 통하는 하늘 길을 열어주겠다. 하늘길이 열리면 오려는 대기업이 있을 것"이라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2008년 5월 취임 후 첫 대구·경북 지역 방문에서도 영남권 신공항 사업과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함께 언급,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늘 길과 물길이 열려야 한다"며 "항공물류, 낙동강 해상물류가 동시에 개발되면 이 지역은 수도권과 차별화되는 영구적인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같은 해 7월3일 국가균형발전위 회의에서는 각 지역의 대형인프라 시설 건설 요구를 비판하면서도 동남권신공항에 대해서만은 "각 지역들이 협력해 추진하고 있어 아주 건설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점차 후보지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도 조심스러워졌다. 2009년 10월 부산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정치적인 논리를 배제하고 경제 논리에 따라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의 경쟁이 가열되자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원칙론'은 올해 들어 더욱 신중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청와대 출입기자 등산길에서 "총리 주재 하에 법적으로 절차를 밟아서 진행하고 합리적으로 논의해서 상반기 중에는 종결될 것"이라고 밝히며 신공항 문제를 총리실로 이관하는 모양새였다.
그는 또 지역간 대립을 염두에 둔 듯 "와, 와'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치적으로 해결되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니 기다리는 게 좋겠다"며 신공항 논란의 확산을 경계했다.
이러한 와중에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꼼수는 그 순간은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수로 가야 승리한다"고 말하자 신공항 백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공직자들은 판단이 옳으면 소신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발언 역시 여론의 역풍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7일에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의 조찬회동에서 "국책사업에 대해 '여여갈등'이 되고 있어 문제"라고 당내 정치적 논란을 지적하면서 "국책사업에서 정치적 논리는 배제돼야 한다. 법을 지키면서 논리적·합리적으로 하면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