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상식 밖 결과에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단일화 파괴력에 대한 가늠이 어려워진 만큼 여야 정치권은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했다. 이처럼 보궐선거 정국이 여야 누구도 승리를 예측할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들자 양당 모두 서울시장 전략을 재검토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한나라, 단일화 후폭풍 차단 주력= "그나마 다행이지만 단일화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이 안 된다" 안 원장의 중도하자에 한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반응했다. 지지율에서 큰 격차를 보였던 안 원장의 중도하차에 안도했지만, 박 상임이사 지지를 선언한 만큼 안철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판단한 탓이다.
그는 "한명숙 전 총리와 박 변호사가 단일화에 합의한 만큼 결국 민주당 후보와 최종 단일화에 나서지 않겠냐"며 "단일화 효과가 배가되면서 한나라당과 1대 1 구도가 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의 우려는 '안-박' 단일화에 대한 맹비난으로 이어졌다. '安風'이 여전하다고 보고 차단막을 보다 두텁게 친 것이다. 김기현 대변인은 "지난 며칠간 국민을 혼란시켰던 ;강남 좌파' 안철수 파동은 결국 좌파 단일화로 막을 내렸다"면서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듯했던 안철수 씨의 본색도 알고 보니 자신이 그토록 비난하던 구태·야합 정치인에 다름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민주, 최악의 상황 면했지만…= 민주당은 "야권 통합과 서울시장 후보단일화를 향한 큰 진전"이라며 안도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두 분의 단일화는 반(反) 한나라당 단일대오를 형성해 야권통합을 이루는데 중요한 물꼬를 튼 청신호"라고 말했다.
안 원장의 등판에 민주당은 노심초사했다. 무소속으로 나서면 지지층 이탈로 범야권 단일 후보를 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탓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나라당 후보가 어부지리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 패배 시 지도부 책임론은 물론 지지부진한 야권 대통합 작업도 좌초할 수 있었다. 이런 와중에 안 원장이 '아름다운 양보'를 했고, 박 상임이사는 한명숙 전 총리와 "범시민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고 합의했다. 한 전 총리도 시장 후보로 나서겠다는 것으로 야권 통합 후보는 '시민 후보' 박원순-'친노 후보' 한명숙- 그 밖의 민주당 후보 간 경선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통합 후보 경선 방식이다. 박 상임이사는 정당 내 경선 없이 바로 정당 소속 후보들과 시민단체 후보들이 한 번에 통합후보를 뽑는 '원샷'경선이 유리하다. '조직력'이 개입할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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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정배 최고위원등 민주당 내 일부 주자들은 당에서 내보낼 후보 1명을 먼저 뽑은 뒤 다른 야당이나, 시민사회 후보들과 겨루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단일화 효과 얼마나 날까= 정치 전문가들은 이동 폭의 문제지 안 원장의 지지층이 상당 부문 박 상임이사에게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했다. 안 원장의 지지자들이 중도와 온건 진보층이다. 박 상임이사의 지지자 역시 진보 개혁적 성향이 있어 상당 부분 겹친다. 박 상임이사의 지지율 상승이 예상되는 이유다. 여기에 2~3차 단일화가 이어질 경우 상승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면 안 원장의 지지율은 개인 자산에 근거한 측면이 커 이동 폭은 크지 않을 거란 반론도 나온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국민 사이에 있었던 변화의 열망과 안철수 열풍을 스스로 잠재워 버렸다"며 "중장기적으로 보더라도 전략적으로 잘못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안 원장이 내년 대선 후보로 나설 관측도 나온다. 양당 체제에 도전하는 제3의 정치세력 등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단일화 파괴력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내년 총선과 맞물려 창당 움직임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자칫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이 무너지는 등 대권 구도의 지각 변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