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줄기세포에 꽂힌 까닭은

MB가 줄기세포에 꽂힌 까닭은

진상현 기자
2011.09.19 18:00

줄기세포 산업, 황우석 사태 후 침체..6월 미래위 보고 계기로 적극적으로 챙겨

지난 2005년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건 이후 침체에 빠져 있던 줄기세포 연구에 강력한 지원군이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줄기세포를 정보기술(IT)을 이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19일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내년에 정부 예산 1000억 원을 줄기세포 관련 연구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예산 550억 원의 두 배 규모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새해 예산을 현 수준에서 묶겠다는 정부 입장을 고려하면 '특혜' 수준이라고 할 만한 전폭적 지원이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줄기세포 연구의 기반이 될 '국가줄기세포은행'을 설립하고, 각종 임상절차와 허가절차를 손쉽게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에는 서울대에서 열린 '줄기세포 연구개발(R&D) 활성화 및 산업경쟁력 확보방안 보고회'에 직접 참석해 신속하고도 과감하게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이 줄기세포를 적극적으로 챙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미래기획위원회 보고 때부터다. 미래위는 당시 "황우석 사건 이후 줄기세포 산업을 백안시하면서 규제가 대폭 증가해 활력을 잃었다"며 "이 과정에서 경쟁국들에 뒤쳐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래위 보고에 앞서 이 대통령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고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줄기세포를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방치해 국가 전체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주춤한 사이 다른 나라들은 줄기 세포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갔다. 생명윤리 문제를 들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제한했던 미국은 2년 전에 이 제한을 없애고 국가지원을 시작했다. 일본은 세계최초로 배아세포 대신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영국과 중국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아직도 줄기세포 치료제를 임상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며 "줄기세포 관련 특허수도 미국, 일본, 영국에 이어 세계 4위"라고 설명했다. 지금이라도 전열을 정비하면 줄기세포 강국으로 다시 올라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줄기 세포의 임상 및 허가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진취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줄기세포 산업이 침체된 데는 민간 뿐 아니라 정부의 보수적인 접근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 논란 여지가 있는 줄기세포 문제를 건드리기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그러다보니 지원도 소극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2005년 우리가 겪었던 아픔은 연구윤리를 바로 세우고, 인간의 존엄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황우석 사건을 발전적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우리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줄기세포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요구가 있고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는 만큼 정부가 지원하고 규제를 정비하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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