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게 오세훈 전 시장은 족쇄 아닌 족쇄다.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강행 탓에 보선을 치르게 됐다. 오 전 시장의 후임이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벗어던져야 한다. 그렇다고 같은 당 출신의 오 전 시장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수도 없다. 잘못했다간 '누워서 침 뱉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나 후보는 출마를 선언하고 한참 동안 정책에 대해 말을 아꼈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나 후보가 정책에 대해 공세적 입장을 취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일, 야권 후보 단일화를 하루 앞두고서다.
나 후보의 기본 전략은 오 전 시장과 거리두기다. 그러면서도 오 전 시장의 당선을 견인한 부동산 표심 잡기 전략은 이어받았다. 오 전 시장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최대한 벗어던지면서, 그의 강점을 흡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나 후보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 전 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비판했다. 그는 "일부는 전시성 사업이 분명히 있다"며 "이미 완료된 것은 공공 활용도를 높이는 쪽으로 하고, 앞으로 추진할 사업은 전면 검토해야 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 캠프에 있는 한 의원은 "오 전 시장과 거리두기로 보면 된다"며 "오 전 시장의 정책을 우리가 전부 이을 수 없다는 측면에서 잘못된 점을 비판하고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3일 나 후보는 비강남권 지역 아파트 재건축 연한 완화 카드를 내놓았다. 기계적인 재건축 연한 규제 때문에 낡은 아파트에 거주해야 하는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규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명분은 강남과 강북 지역의 균형발전이었지만, 집값 상승 기대 심리를 노린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오 전 시장의 뉴타운 공약과 궤를 같이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권 관계자는 "나 후보 입장에서 오 전 시장과 차별화도 중요하지만, 한나라당 후보로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며 "특히 야권 후보가 결정되기 직전인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치고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하루에 하나 꼴로 제시할 방침이다. 당장 강남과 강북의 균형 발전과 관련한 정책도 추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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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민들과의 만남을 늘린다는 게 나 후보 측의 전략이다. 나 후보는 3일 오전 관악산 등산로를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전국택시 산업노동조합 낙원지부를 방문해 택시업계의 애로사항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