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대립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토론은 실종됐다. 오는 10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원만하게 합의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7일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이 상임위(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점거하고 있는데 국회에는 여유 공간이 많다"며 강행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맞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원 총동원령을 내려 국회를 민주당 당원이 에워싸야 한다"고 말했다. 양쪽 모두 상대방을 자극하는 '정면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언급이다.
여야 모두 더 이상의 합의 처리를 위한 노력은 손을 놓은 표정이다. 언론과 시민사회에서는 ISD 등 쟁점에 대한 추가 검증을 주문하고 있지만 여당은 "ISD 관련 '끝장토론'을 야당이 거부했다"며, 야당은 "끝장토론의 전제조건이었던 공중파 생중계가 보장되지 않았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 소수파의 목소리도 당론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한미FTA 비준 강행에 대한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다. 외통위 소속 홍정욱 의원은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될 지, 한미FTA를 빨리 처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지 생각해야 한다"며 '강행'을 모색하는 지도부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민노당 2중대'라는 비난을 걱정하고 있다. 한미FTA 비준안 처처리가 '야권통합'의 핵심 연결고리로 부상하면서 실제 국익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실종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국익이다. 한미FTA를 비롯해 여야간 쟁점이 불거질 때마다 좌·우, 진보·보수의 문제, 국론 분열로 옮아가는 모습에 대해 국민들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철수 바람'을 선택한 국민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정치권은 다시금 떠올려야 한다. 한미FTA는 한 번 건너가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다. 밀어 붙이는 정부·여당, 머리띠를 두르는 야당 대신 여유를 갖고 국익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