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몰라서 묻는 건데, 한나라당에서 파견되신 분, 맞죠."
제1야당을 이끌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에서 조롱의 대상이 됐다.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강행처리가 이뤄질 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손 대표에 대해 24만명이 넘는 폴로어를 보유한 소설가 공지영 씨는 트위터에 이렇게 일침을 놨다.
민주당은 공씨가 사실 확인 없이 손 대표를 비하한 것이라며 항의했지만 SNS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민주당이 아직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는 의견이 다수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가 보인 한·미 FTA 반대는 다분히 정략적이라는 인상이 짙었다.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을 통합의 울타리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 첫째였다. 지도부가 한·미 FTA와 관련한 의원총회를 2차례나 열었지만 찬반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하자는 '협상파들'의 요구는 일축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비준안 저지를 위해 야권 공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야권 공조를 깨지 않기 위해 비준안 처리에 반대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등이 진보진영 그들끼리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민주당은 더 이상 한·미 FTA에 매달리는 게 부담이 됐을 수 있다.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장 바로 옆 회의실에서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이 모여 의원총회를 여는 것을 방관했던 것은 한나라당이 비준안을 강행처리하도록 길을 터준 것이라는 '음모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한 전면 무효화 투쟁을 선언했지만 이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략적인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손 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희는 무효화 투쟁을 통해서 한·미 FTA 재협상을 관철하고 이것이 지금 되지 않는다면 총선을 통해서 우리가 국회 다수 의석을 통해서 FTA 재협상을 관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에서 치러진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의회 다수당을 점할 수 있었던 것을 염두에 둔 것 같다.
하지만 '반한나라당 = 민주당'이라는 등식은 더이상 성립하지 않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의 제 3신당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당 지도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야권 통합작업은 내부 반발 때문에 추동력을 잃고 있다. 헌정사상 최악의 무기력한 야당이라는 오명을 벗고,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신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투쟁과 항의가 아니라 자기 반성과 성찰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