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현정은 방북 어떻게···'조문외교' 메신저 될까

이희호·현정은 방북 어떻게···'조문외교' 메신저 될까

변휘 기자
2011.12.21 15:41

[김정일 사망]

정부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르면 이번 주 조문단의 방북이 이뤄질 전망이다. 유족 측과 통일부는 21일 조문단 파견을 위한 실무 협상에 돌입했다.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김대중평화센터 최경환 공보실장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오늘 통일부와 한 차례 협상을 진행했다"며 "방북 일정 및 경로, 조문단의 규모 등에 대해 정부와 잘 상의해 조만간 공식적으로 방북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에서는 현정은 회장이 조문단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며 일정 등은 이 여사의 결정을 따를 것으로 알려졌다.

최 공보실장은 오는 28일 영결식을 감안해 "가능한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에서의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영결식 참석을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 및 북측과의 논의를 마무리 한 후 이번 주말쯤 방북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문단 규모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유족'과 필수 수행원, 의료진 등으로 조문단 구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무협상 결과에 따라 조문단 성격이 단순 민간 차원이 이상의 '조문외교' 메신저 역할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이 이 여사와의 동행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정치인은 유족에 포함되지 않는 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반면 최 공보실장은 "박 의원은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및 이사장으로 계신 분"이라며 박 의원의 합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도 "연락 채널 유지"를 이유로 당국자를 동행시킬 계획이다.

실무협상 결과 정치권 인사 및 정부 당국자가 포함되면 자연스럽게 남북 고위급 인사간 대화의 장이 마련될 전망이다. 또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 사후 '햇볕정책의 상징'으로서 존재감을 피력해 왔다. 현대그룹도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체제의 대북사업 논의에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방북 경로는 개인 자격 조문인 만큼 중국을 통한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여사가 고령이고 김 위원장과 함께 6·15 공동선언을 만들어 낸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점을 예우해 남북 당국이 판문점을 통한 육로 및 서울-평양 항로를 허용할 여지도 남아 있다. 최 대변인은 "육로와 항공로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이 여사와 현 회장의 조문을 받아들 지도 주목된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을 전하면서 "외국 조문단은 받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의 외국 조문단 거부 방침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의 선례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북한에 우호적이거나 비중 있는 해외 인사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조문을 허용했기 때문에 이 여사와 현 회장의 조문은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특히 이 여사와 현 회장이 과거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면담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돌발 변수가 없는 한 허용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이 여사에 대해 "체구도 작은 분이 여성 지도자로서, 남편 석방을 위해 강력한 투쟁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위원장은 현 회장과 2005년 첫 만남 이후 세 번이나 독대하며 대북사업 관련 논의를 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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