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27일 비상대책위원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를 공식 출범했다. 한나라당 비대위원 11명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인사는 단연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김 전 수석은 박 위원장의 잠재적 대권 라이벌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조언자)'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던 우제창 민주당 의원의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따라서 그의 이번 선택은 의외였다. 하지만 야권과 시민사회진영의 어떤 이도 공개적으로 '배신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에게 보수나 진보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 경제개발을 주도한 '서강학파'로 분류되는 인사인데다, 민주정의당과 민주자유당에서 3차례에 걸쳐 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내고 지난 17대 때는 민주당 소속으로 전국구 의원을 역임했다.
또 서슬이 퍼런 전두환 정권 때 여당 측 헌법개정위원으로 있으면서 재벌 규제의 근거가 되는 경제민주화 조항 헌법 입안을 주도하는 등 소신파로 유명하다.
박 위원장은 그런 김 전 수석을 삼고초려 끝에 비대위원으로 위촉했다. 박 위원장은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복지 등 분야에 대한 통찰력 있는 진단과 해결 방안을 주실 분"이라고 소개했다. 김 전 수석의 '멘티(조언받는 사람)'를 자처한 것이다.
김 전 수석의 가세로 자칫 밋밋할 뻔한 비대위 출범은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박 위원장과 김 전 수석이 함께 탄 한나라당 비대위호의 항해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무산된 '버핏세'를 비롯해 주요 현안에 대해 박 위원장과 김 전 수석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그간 자신이 표방해 온 '원칙'에 대해 상당한 양보가 필요한 대목이다.
또 박 위원장은 그동안 '친박'을 자처하는 수많은 인사들에 둘러싸여 '불통의 정치'를 펼쳐 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김 전 수석을 포함한 비대위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인의장막'을 걷어내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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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는 유비가 삼고초려 끝에 제갈공명을 얻은 것을 '수어지교(水魚之交)'라고 표현했다. 박 위원장과 김 전 수석의 만남을 후세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1년 뒤 대선에서 판가름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