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부터 불기 시작한 박원순·안철수 열풍을 보며 정치권이 그 어떤 때보다 극한 정당정치의 위기를 절감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여야를 막론하고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을 계기로 깨끗한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공천 과정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설 명절 연휴가 끝나면서 정당정치 신뢰 회복을 구체화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게 국민경선이다. 여야 조금씩 방법은 달라도 국민들에게 공천권을 부여해 정당정치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총론은 모두 같다. 한나라당은 전체 245개 지역구의 80%인 196곳에서 개방형 국민경선으로 총선 후보를 선발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은 모바일투표를 통한 국민참여경선으로 일반 시민과 함께 후보를 뽑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당론으로 내걸었다.
이 제도의 장점은 민주통합당의 당대표 경선과정에서 나타났다. 80여 만 명의 당원·시민 선거인단의 당 대표 경선 참여는 정치라는 높은 문턱을 한 단계 낮췄다는 평가다.
또 그 동안 정당 정치를 불신으로 몰아간 계파에 의한 조직 동원과 돈 살포도 사실상 없어져 국민이 원하는 인사들이 당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은 정당정치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여야 대표가 만나 개방형 국민경선 제도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바야흐로 국민이 당권과 공천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당은 국민을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라 정치적 신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치적 활동을 하는 단체라는 점이다. 정당이 당원을 제쳐두고 '국민'에 함몰되면 종국에는 존재의 이유마저 부정될 수 있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은 도태하고 말지만 진성 당원이 빠져나간 정당은 그 존재가치를 상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80만, 그리고 앞으로 있을 총·대선 선거인단으로 100만 단위의 시민들이 후보자 경선에 참여한다고 해서 불특정 다수인 이들 '국민당원'으로 정당을 이끌어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추락한 정당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없애는 것은 두 말 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진성당원이 없는 정당도 있을 수 없다. 진정한 정당정치의 신뢰를 위해 공천 과정에서 진성당원들의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