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총선 셈법'에 헝클어진 금융시장

정치권 '총선 셈법'에 헝클어진 금융시장

양영권 기자
2012.02.09 16:43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부실저축은행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보유자의 피해를 소급해 보상해 주는 법안이 9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한차례 '포퓰리즘' 논란으로 무산된 법안이지만 여야는 19대 총선 직전 다시 추진해 통과시켰다. 금융시장 기본 질서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총선 셈법' 때문에 무리하게 법안을 밀어붙인 정치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은 지난해 4월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이 예금, 후순위채권 전액을 예금보험기금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내면서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이때만 해도 소급입법 소지가 있는데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처리될 것이라고 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부산 지역에 몰려있고, 19대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가 부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사 법안을 잇따라 제출됐고 국회 논의가 본격화됐다. 여야는 재정·금융 당국의 반발을 "저축은행 사태에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뒷짐만 지고 있다"고 일축하며 강행했다.

지난해 10월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예금보장 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액에 대해 1000만원까지 전액 보상하고, 그 이상의 예금과 후순위채권 투자자의 피해도 일정 부분 보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게 일자 정무위는 법안을 거둬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정치권이 4·11 총선을 앞두고 이번 회기에서 다시 법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서 피해자 보상 기금에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은 최종 안에서 삭제됐지만 '국민 혈세를 투입한다'는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기금 출연으로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이 부실해진다면 계정에 정부 출연금을 투입할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에 정부 출연금을 투입하는 근거조항을 두고 있다.

금융 당국은 무엇보다 예금 피해자에 대해 소급해 피해를 보상하는 선례를 남기게 됨에 따라 사실상 '예금자보호 한도 5000만원'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향후 유사한 피해 사례가 나올 경우 형평성있게 피해를 구제해 달라는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로서는 그동안 현행법 테두리에서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며 "부분 예금보장제도 취지라든지 채권자 평등 원칙, 자기 투자 책임 원칙 등 여러 금융시장 기본 질서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재원을 정부 재정이 아니라 예보 기금으로 변경했지만, 예보 기금 설치 운영 목적과 피해자 보상 재원으로 사용되는 측면이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양영권 논설위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