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이른바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 처리를 앞둔 국회가 선심성 입법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과 정부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관리감독 소홀로 사태를 키운 금융당국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특별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론으로 국회를 난타하고 있지만 부실 저축은행 사태의 징후를 감지하고도 묵과한 당국이 이제 와서 원칙을 말할 자격이 있냐는 것이다.
김종인 새누리당 비대위원 14일 방송 인터뷰에서 저축은행 특별법 논란에 대해 "소급 입법 등 법적 논란이 있지만 저축은행 감독 책임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법률안을 만든 것이고, 실질적으로 선의의 피해자를 돕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고 옹호했다.
김진표민주통합당 원내대표도 이날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피해자 구제 특별법안에 적극 대처를 지시한 데 대해 "저축은행을 방치해서 피해자를 양산한게 누구냐"며 "이 대통령이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전수조사하고도 로비를 받으면서 3년이나 끄는 바람에 부실이 늘고 피해자가 늘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13일 기자간담회에서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감독기관의 잘못이 큰 원인이 됐고, 그것이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기본 이유"라면서 "금융당국도 관리감독 잘못을 인정한 바 있어 정부 쪽에서 당연히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고문은 또 기획재정부 등이 정부 책임에 대해서는 피해자별로 소송을 통해 배상을 받으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을 겨냥해 "정부가 잘못이 있는데도 피해자 개개인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보상받으라는 것은 그 피해자들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준다"며 "문제의 핵심은 정부나 금융감독기구의 관리감독상 잘못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고 보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9일 영업정지사태로 피해를 본 부실저축은행의 고객들에게 피해액의 55% 가량을 보상해주는 내용을 담은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합의 처리했다. 2008년 9월 이후 영업정지된 18개 저축은행의 예금주들에게 예금보호공사의 기금 등을 활용,약 1000억원의 보상재원을 투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독자들의 PICK!
하지만 예보 기금을 재원으로활용하는 것은 "일반 예금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피해자를 보상한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이명박 대통령 역시 13일 저축은행 특별법을 "불합리한 법안"이라고 지적하며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등 당초 입법을 주도한 국회 정무위는 전방위 압박에 봉착한 상황이다.
당초 국회 본회의까지 무난한 통과를 자신했던 정무위 의원들은 예상외로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포퓰리즘 입법 논란'은 지나치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관리감독 책임을 인정한 정부의 책임을 물어 최소한의 보상(피해액의 55%)원칙을 마련한 것인데, 정부가 원칙을 들먹이며국회를비난하는 것은적반하장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한나라당) 소속 허태열 정무위원장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정부가 책임질 일이 없으면 이 법이 만들어질 수가 없었다"며 "정부가 감독부실, 정책의 오류를 많이 범했기 때문에 저축은행 사태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그 부분만큼 정부가 책임지는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8월 국회가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를 가동해 제출한 결과보고서는 부실 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으로△금융당국 등의 정책 및 감독상의 문제점 △저축은행 대주주의 불법행위 △검찰수사 등의 문제점 등 세 가지를 제시하며 정부의 책임을 첫번째로 명시했다.
45일간 활동한 국정조사에서 감사원·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당국은 부실 사태를 인지하고도 조치를 미룬책임을 인정했고, 피감기관인 저축은행으로부터 당국자가 고액 접대를 받는가하면 고위 퇴직자가 사외감사로 활동하며 부실화를 부채질하는 등감독기관의 '도덕적 해이 백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6월 국회에 출석한 김황식 국무총리는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 "오만 군데서 압력과 청탁을 받았다"는 말로 의혹을 키웠고,실제로저축은행비리에 연루된 금융감독 관계자,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거 사법처리 대상에 올랐다.
정무위는 정부의 책임이 명백한 만큼 피해자 지원에 필요한 약 1000억원의 재원 중 절반 수준인 570억원 가량을 예보기금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우선 예보기금을 활용한 뒤 내년도 예산에서 정부가 재정으로 메꾸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편, 국조특위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피해규모가 큰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피해자들의 평균연령은 63.6세로 50세 이상 피해자가 91.6%, 60세 이상 피해자가 75.1%에 이르는 등 피해자들 대부분이 고령이다.
피해자들의 월 평균소득은 115만원으로 전체 피해자의 71.7%가 월 15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고, 지난해 상반기영업정지 된 8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들의 평균 초과 예금규모는 1인당 612만원으로 소액 피해자들이 대다수다.
정무위는 보상금 액수 및 지급 여부를 결정할 '보상심의위원회'를 두고 피해자의 연령·학력·재산상황을 종합 고려해 고액피해자를 걸러내고 서민들을 중점 구제하겠다는 입장이다.
허 위원장은"피해자들 다수는 우리 사회에 정말 어려운 서민들이고 또 전국적으로 퍼져있다"며"다수의 여론이 특별법을 반대하고 있는데 표를 의식했다면 이런 법은 못 만들었다"고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