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민간인 사찰, 내가 몸통" 자백했지만…

이영호 "민간인 사찰, 내가 몸통" 자백했지만…

김훈남 기자
2012.03.20 22:20

컴퓨터 훼손 혐의 인정에도 '꼬리자르기' 가능성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48)은 2010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당시 지원관실 컴퓨터 훼손을 지시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20일 오후 5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몸통'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또 한 번의 '꼬리자르기' 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가 시작된 뒤 지원관실 컴퓨터에 저장돼 있을지 모르는 중요자료가 유출될 게 우려돼 삭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컴퓨터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도 모르고 불법자료가 있어 삭제를 지시한 것도 아니라는 항변이다.

이런 주장에는 민간사찰 사건이 지원관실 직원들이 피해자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57)를 공직자로 오인해서 벌어졌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56)과 같은 취지다.

지난해 4월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김 전대표가 민간인 인줄 몰랐다"는 이 전지원관의 주장은 일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2심 재판부는 "이 전지원관 등은 김 전대표가 공직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사찰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비서관은 자료삭제 지시를 "전 정부도 조사심의관실(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신) 자료를 철저하게 삭제했다"며 정당화했다.

국가중요 정보가 유출되면 안 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 앞서 자료를 훼손한 행위에 대한 변명으론 궁색해 보인다. 이 사건을 심리한 1·2심 재판부가 이 전지원관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같은 취지다.

그는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39)에게 건넨 2000만원에 대해서도 '선의'로 건넸다고 해명했지만 돈의 출처 등에 대해선 함구했다.

이 전비서관의 기자회견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일정대로 간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에 특수1부 양석조 검사를 추가 배치, 수사력을 보강했다.

앞으로 수사 초점은 장 전주무관의 폭로에 신빙성이 있는지,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 전비서관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 등에 맞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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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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