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4·11 총선 강남을 김종훈 당선자 "FTA대책, 관세절감 효과 감시해야"

4·11 총선 강남을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소속 김종훈 당선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주도하면서 여러 별명을 얻었다. 참여정부 당시 협상 수석대표로서 타결을 이끌 때는 '검투사'라고 불리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재협상을 지휘할 때는 '매국노'라는 비난을 들었다.
두 정부 모두에서 최고 역량의 통상관료로서 한미FTA를 이끌었지만 감당해야 할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총선에서는 '반FTA'의 선봉장인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와 맞섰다. 결국 험난했던 한미FTA '외길'은 그를 19대 국회로 이끌었다.
지난 20일 대치동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김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야권의 집중공세를 받은 것에 대해 "민주통합당이 야권통합이라는 정치공학적 이유 때문에 극단적인 주장까지 끌어안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국노, 친미주의자' 등 원색적 비판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부끄럽지, 듣는 사람은 전혀 부끄러울 게 없다"고 웃어 넘겼다.
다만 "총선 승리를 통해 한미FTA를 올바르게 평가받았다"고 언급한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결국 야권의 '말 바꾸기', '반대를 위한 반대'를 국민들이 심판했다"고 강조했다.
-선거 과정에서 야권의 집중 공격대상이 됐다. '매국노'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매국노란 말은 공직에 있을 때 들었다. 언행이 조심스러울 때라 똑같이 대응할 수는 없어서 그냥 넘어갔다. 그저 '그때(참여정부 당시)는 많이 도와줬던 분이 왜 저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잣대로 본다면 대한민국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출전선에 기여했던 분들, 산업역군 전부를 모독하는 것이다.
-국가이익을 대변하는 통상관료로 평생 일해 왔는데 억울하지 않았나
▶전혀 억울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국민들이 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부끄럽지, 듣는 사람은 부끄러울 게 없다.
-뼛속까지 '친미'라는 말도 들었다
▶신경 안 썼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초·중·고, 대학교까지 나왔다. 미국에 유학간 적도 없다. 군대도 육군 병장으로 다녀왔다. 꺼릴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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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에서 함께 한미FTA를 추진했던 야당 인사들의 입장이 바뀌었다
▶한 정부에 있었다는 것은 개인적 친소관계를 떠나 국정철학을 공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한두 번 만난 것도 아니고, 오랜 기간 토의해서 한미FTA 문제를 정리한 것이다. 물론 재협상에서 자동차 분야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이익이 라고 판단했고, 자동차업계도 동의했다. 그런데 야권은 자동차 문제 하나만 가지고 문제를 삼는다. 실제 민주당이 지적한 한미FTA 문제점 10가지를 보니 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9가지는 과거와 똑같다. 다른 것에 대해서는 "그때는 문제인지 몰랐다"는 변명 한 마디로 넘어가려 한다.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을 법도 한데?
▶인간적으로까지 생각할 건 없다. 민주당이 야권통합이라는 정치공학적 이유 때문에, 극단적인 주장까지 끌어안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민주당내 균형감각이 있는 분들의 설 자리까지 사라졌다. 결국 총선 승리를 통해 한미FTA를 올바르게 평가 받았다. '말 바꾸기', '반대를 위한 반대'를 국민들이 심판한 것이다.
-새누리당도 김 당선자의 영입을 놓고 '오락가락'했다.
▶공천 과정은 늘 어려운 일이니까. 당에 대한 섭섭함은 없다. 결과적으로 내가 잘 됐다고 환호할 것도 아니고, 혹여 잘못 됐더라도 실망할 일은 아니다.
'강북공천설' 관련 "컴컴한 곳"이라고 말했다 곤욕을 치렀다
▶한미FTA 관련 얘기를 나누다가 '공명정대한 판단을 받고 싶다', '야비한 방법이나 정당하지 않은 비판을 피하고 싶다'는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역 관련 질문을 받고 답변을 잘못했다. 말실수다.
-여러 번 정치권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는데,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과거 공무원 자격으로 국회를 오가면서 '참 고민이 많고 어려운 직업이구나'라고 느꼈지만 '나도 해봐야지'라는 생각은 안 들더라. 그런데 야당이 한미FTA를 선거쟁점화 했고 그 선봉에 있던 정 후보가 강남을에 나왔다. 한미FTA를 이끌었던 내가 침묵으로 일관하면 죄를 짓는 것이라는 생각했다. 내 입장도 전달해야겠다, 그냥 두면 국민적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미FTA 전도사 이미지가 앞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FTA가 경제정책의 전부는 아니다. 경제는 '어떻게 키울 것인가', '키운 것을 어떻게 나눠가질 것인가'의 두 갈래다. FTA는 성장에만 해당되는 정책이다. 결국 FTA 이미지는 내가 분배·복지에 무관심하다는 선입관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FTA를 맡은 공무원이었고, 맡은 업무에 충실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국회의원으로서 다양한 입법 분야에서 활동할 것이다. 키우기와 나누기를 모두 염두에 둘 것이다.
-실제 분배·복지 분야 경험은 부족하지 않은가?
▶복지일변도 철학을 가지고는 좋은 복지정책을 완성할 수 없다. 성장과 복지가 대립된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복지 경험과 전문성이 있어도 좋은 정책을 내놓기 어렵다. 성장분야의 전문성 역시 분배·복지 입법에 필요하다.

-이제 정당에 소속됐다. 정치논리, 당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SNS가 발달하면서 마치 직접 민주주의가 구현될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정당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국회의원 개인으로서 소신과 당론이 충돌하면 고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당론의 도출 과정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라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선 상대였던 정 후보는 파워 트위터리안이었다. 반면 김 후보는 SNS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트위터는 140자의 제한이 존재한다. 너무 단편적이고 감성적이다. '이것을 진정한 의미의 소통으로 볼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이 있다. 조직적으로 여론몰이 하는 모습도 있다. 반면 오프라인에서 만나 나눈 얘기를 글로 풀면 금세 수천자가 넘는다. 온라인 만남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7년간 외교통상부에서 활동했는데, 국회 상임위는 외통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를 고려하고 있다
▶외교부 출신이 강남 갑·을에서 함께 당선됐다. (심윤조 전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강남갑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됐다) 둘다 외통위에 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나눴다. 특히 FTA 이후의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데 외교부는 대책을 만드는 부처가 아니다. FTA 장점을 국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법제화할 수 있는 정무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 관심이 있다.
-협상 당사자로서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한미FTA 대책은
▶우리의 대표적인 취약 분야가 농수산업이다. 이미 마련해 놓은 정부 대책이 잘 집행되도록 살펴야 한다.
또 FTA의 장점은 관세철폐에 따른 소비자 물가의 하락인데, 정치적 고려에 따라 관세절감이 단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소비자들이 직접 그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수입업자들의 유통과정에서 희석될 수 있다. 관세절감 효과가 실제 적용되는지 관련 부처들이 잘 감시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수출을 늘리기 위한 중소기업 지원도 중요하다. 한·칠레 FTA 5년이 지나 살펴보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진출이 훨씬 많더라. 기업은 FTA를 활용할 의지를 갖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구 핵심 현안은 역시 재건축·재개발 문제다
▶개포동·대치동 아파트 단지의 노후화가 정말 심하더라. 주민들의 불편함은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 주민들의 합의가 최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두 번째는 사업성을 따져봐야 한다. 주민들이 합의하고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정부도 통제가 아닌 지원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년 후 어떤 국회의원으로 평가받고 싶나
▶'김종훈은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 신뢰할 수 있는, 소신을 지키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호소했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가급적 몸을 낮춰 소통해야 한다. '앞으로도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시간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