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멘토' 이헌재 전 부총리, 안철수와 '정책' 판박이…출마선언식에도 참석

"우리나라는 남들이 한 것 중에 가능성이 있는 것을 보고 전력 질주해서 지금까지 왔지만 약효와 수명이 다했다. 이제 더 이상 따라갈 데가 없다.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바뀌지 않으면 국민소득 3만, 4만 달러로 성장하지 못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4월 4일 대구 경북대 강연)
"1960년대에 경제개발을 시작하면서 세운 국가 전략은 가능한 한 빨리 앞서 간 나라들을 따라잡는 것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따라잡아야 할 목표가 갑자기 없어진 상태다. 스스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내고 유지하는 창조경제, 창의기업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언제 따라잡혀서 경쟁력을 잃게 될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9월10일 발간 '경제는 정치다' 중에서.)
◇ '이헌재'표 정책, '안철수'표 정책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경제멘토'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라면 안 원장의 뒤에는 이헌재 전 부총리(사진)가 있다. 안 원장과 이 전 부총리의 경제 현실 진단과 해법 제시가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경세성장을 위해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같다. 안 원장은 그의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한번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부총리도 "기업인들의 놀이마당을 만들어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기업을 만들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나 새로운 기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갖춰줘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부총리는 19일 서울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서 열린 안 원장의 출마 선언식에도 참석해 안 원장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
안 원장은 이날 경제민주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근본적 접근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우선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점진적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이 전 부총리가 책에서 "개혁은 뜨뜻미지근할수록 좋다는 것이 내가 찾은 답이다. 은근히 스며들었다가 나중에 보니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성공확률이 높다"라고 밝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전 부총리는 책에서 공정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공정거래위 역할과 사회이사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법인세를 인하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아울러 해외 자본의 투기에 의한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해 △토빈세(투기자본의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 △복수통화바스켓 도입을 검토하고, 균등한 교육 제공 차원에서 △지방대학 육성과 대입 정원 축소 △대학 학자금 대출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 축소 △사회간접자본 예산 축소 △북한 경제발전 유도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안 원장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어떤 정책들을 제시할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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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부총리는 책에서 "최고지도자가 아닌 중심세력의 나이가 40대가 돼야 한다"며 '중심세대 교체론'을 폈다. 송호창 의원이나 금태섭 변호사,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 안 원장 '캠프' 인물들이 대부분 40대라는 점에서 안 의원은 이 전 부총리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강조…'현실정치 경험 부재' 한계도= 안 원장은 출마 선언식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성장동력과 결합하는 경제혁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7월 출간한 '안철수의 생각'에는 경제·문화·사회·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 방향이 제시돼 있다. 안 원장은 특히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대기업 집단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원장은 "재벌그룹은 현행 법규상 초법적 존재"라면서 기업집단법 제정의 필요성을 밝히고 대기업에 대한 특혜를 줄여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폐지 등 야당의 이른바 '대기업 집단 개혁 3대 정책'에도 찬성했다.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 점진적으로 세금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봤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 원장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시장개혁에 초점이 맞춰졌고, 민주당은 근본적인 재벌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장기적으로 효과가 연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근본적 접근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하고, 그러다 보니 민주당과 같은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더 근본적 처방을 얘기하는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경제민주화나 복지도 성장 동력을 가진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한 쪽 편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동시에 그 재원이 복지 쪽으로 가고 다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사람들의 창의성 자유롭게 불어넣어주면서 혁신경제로 이전되는 선순환경제 만드는 게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안 원장의 정책에 대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토론회에서 "(기업 경영인로서의) ‘경험’과 ‘공부’가 잘 결합됐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현실정치에 몸담은 경력이 없다는 데서 오는 한계도 있다. 김 교수는 "각각의 방안을 법제도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안 원장은 공부방을 나와 정치의 장에서 단련을 받아야 한다. 하나의 정답 말할 수 없는 현실 문제에 어떻게 말할지 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