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 인수위원과 전화통화

[기자수첩]한 인수위원과 전화통화

김지산 기자
2013.01.27 15:32

지난 22일 밤 11시가 다 된 시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핵심 위원과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인수위 회의 때문이었는지 낮에 기자가 한 전화를 받지 못한 그가 밤늦게 전화를 준 것이다. 이날은 정부조직개편 후속발표를 한 날이기도 했다.

소속과 이름을 밝히자 상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인줄 몰랐다는 게 그의 '솔직한' 멘트였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한 질문이었지만 추가 취재는 행정안전부로 해달라는 게 답변의 전부였다. 얼마전 사퇴한 최대석 인수위원에 대한 질문을 하려던 찰나 그는 '안녕히 주무시라'며 전화를 끊었다.

수화기 건너편으로부터 미안함과 초조함이 동시에 전해졌다. 박근혜 당선인의 철저한 비밀주의 아래 말과 행동이 극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인수위 사람들이 오히려 안쓰러울 정도다.

사실 비밀주의가 이번 인수위만의 특징은 아니다. 보안을 외부로 누출하는 것을 허용한 인수위는 없었다. 차이라면 이전에는 인수위원 개개인의 판단과 가치, 언론과의 관계 등을 인정 또는 묵인했다는 정도다. 지금의 인수위는 이런 것들이 허용되지 않는다.

'국민에게 혼선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라는 게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의 설명이다. 인수위는 결정된 사안만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처음부터 선을 그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지만 여론의 정제 기능을 무력화 시킨다는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 인수위 내 정책이나 인선에 관한 징후나 조짐 등을 언론이 알리면 여론은 그에 대해 반응한다. 잘못된 게 있다면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해야 한다. 이런 순기능의 한 축으로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인수위를 보면 차기 정부도 국민과 소통 과정 없이 중요 사항을 결정한 뒤 '통보'하는 형식을 취하지나 않을 지 걱정된다. 현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소통부재였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2의 쇠고기 사태나 한·일군사협정 시도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단순히 박 당선인의 스타일이라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습관이든 스타일이든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지도자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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