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못 넘는 '철옹성' 국회선진화법

대통령도 못 넘는 '철옹성' 국회선진화법

진상현 기자
2013.03.04 15:41

천재지변,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대표 합의 때만 직권상정…정부조직법 '직격탄'

대한민국 정치의 최대 복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강력할 줄은 몰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열흘이 다 돼 가지만 내각 구성은 물론 정부조직개편도 가로 막혀 있다. 4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나섰지만 그 뿐, 여야 합의 외에는 방법이 없다. '철옹성' 같은 국회선진화법 얘기다.

일명 '몸싸움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은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해 19대 국회부터 적용됐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과 이를 막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회 폭력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다. 힘의 논리가 아닌 협상과 타협으로 운영되는 선진국회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법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처럼 여야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철옹성'으로 둔갑한다.

과거엔 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법안 처리를 하지 않으면 다수인 여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본회의에서 표결을 강행할 수 있었다. 18대 국회만 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나 미디어법 등이 이런 식으로 처리됐다.

국회선진화법 하에서 직권상정 요건은 천재지변, 전시 등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 합의 등 세 가지로 제한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정부조직개편안이 5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식물정부가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호소하지만 이 세 가지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한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에 지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재적의원 5분의 3(180명)이나 상임위원회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152명이다. 안건 지정이 돼도 자동회부까지는 최소 90일이 걸린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럼 처리가 시급한 법안에는 별다른 소용이 없는 셈이다.

급기야 새누리당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통합당이) 계속 구태의연한 행태를 보이면 국회선진화법을 이대로 끌고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선진화법이 사실상 소수파에게 거부권을 쥐어주는 아주 특수한 법률체제를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 개정은 더 어렵다. 야당이 합의해줄리 만무하고, 야당이 합의해주지 않을 경우 역시 5분 3 이상의 찬성으로 '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해서 처리해야 한다. 선진화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걸고 국회 스스로 통과시켰던 법안을 되돌리자는데 여론도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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