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1인

[우리가보는세상]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1인

진상현 기자
2013.06.03 06:00

"경제민주화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저밖에 없을 겁니다."

새누리당 김용태(재선·양천구을) 의원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4월 중순.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막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하나 둘 통과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의 최대 관문이 김 의원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의원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단호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의 극치로 법을 내놓은 것을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통과시키라고 청와대와 당, 사회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서민 생활이 나아지려면, 기업들이 잘 돼야 하는데, 현재의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기업을 어렵게 만드는 법안이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힘에 벅차지만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벅찬 싸움이라는 것은 의심이 여지가 없었다. 실제로 김 의원의 저항에도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를 속속 통과하고 있다. 이미 본회의를 최종 통과한 법안도 있다. 6월 국회 역시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를 위한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도 국민도 당도 모두 찬성하는데 1명의 국회의원이 어찌 저지하겠는가. 게다가 김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철저한 비주류다. 잊혀져 가고 있는 '친이(이명박) 계'로, 지난 대선 때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도왔다.

그렇다고 그의 '고독한 싸움'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는 경제민주화 법안의 파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고 실제 법안 논의 과정에서 반대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동력이 됐다.

김 의원은 법안 논의의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 대표적인 쟁점 법안인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직접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6월 국회에서 논의될 제2금융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수정안을 낼 예정이다.

주류의 논리에 맞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꼴통'으로 몰리기도 하고,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영원히 주류와 담을 쌓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의미있는 비주류가 되기 위해선 실력이 있어야 한다. 혼자서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류의 입장에선 비주류의 존재가 당장은 성가시기 쉽다. 불협화음의 진원지가 되기 십상이고, 일의 추진력을 반감사키는 요인이 된다.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이 안갈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비주류가 없다면 조직 전체는 생명력을 잃게 된다. 비주류의 비판은 주류의 논리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자양분이다. 지속가능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도 건강한 비주류가 있어야 한다. 일방통행식으로만 가다 보면 한방에 거꾸러지는 게 조직의 생리다. 당장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을 넘어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것도 '박근혜'라는 강력한 비주류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비주류가 내일의 주류가 된다. 우리 사회가 건강한 비주류에 주목하고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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