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문화재청의 논쟁 속에서 방치돼왔던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가 40년 만에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와 문화재청, 울산시는 지난 16일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을 위해 이동식 투명댐(카이네틱 댐·Kinetic Dam)을 설치하는데 합의했다. 카이네틱 댐은 단단하고 투명한 재질의 보호막을 만들어 암각화 주변을 둘러싸는 방식이다. 이는 정치권이 발 벗고 나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근 사연댐 수위를 조절해 암각화를 보존해야 한다는 문화재청의 주장과 이로 인한 식수부족을 우려했던 울산시의 주장이 모두 반영됐다는 점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법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17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1971년 세계적인 인류문화 유산을 발견한 이후 우리는 40년간 논쟁만 하면서 이를 방치해뒀다"면서 "그 사이에 4분의 1이 이미 함몰됐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논쟁만 거듭하면서 실질적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점을 자성하는 목소리다.
비록 때 늦은 감은 있지만 정치권이 수십년간 묵은 갈등을 중재한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정부부처와 지자체·문화재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갈등을 정치권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중재성공은 정치권이 '밀양송전탑' '동남권신공항' 등 굵직굵직한 사회갈등을 중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만약 국민 바람대로 정치권이 갈등중재에 성공한다면 사회갈등 비용을 대폭 줄여 사회간접자본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신뢰와 원칙에 맞게 사회갈등을 풀어나간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사회간접자본은 선진국 수준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다. 무엇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신뢰와 애정으로 바뀌게 된다.
이번 반구대 암각화 중재 성공으로 이를 일반화한다면 너무 성급한 걸까. 향후 더 크게 실망할 수 있겠지만 이 같은 기대감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