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롤모델 있습니까? 링컨 말고

[기자수첩]롤모델 있습니까? 링컨 말고

김성휘 기자
2013.08.02 06:00

누구나 롤모델이 있다. 가까운 선배일수도, 역사적 인물일 수도 있다. 어린 자녀에겐 부모가 그럴 것이다.

정치인은 어떨까. 정치는 인생을 던져야 하는 일, 산전수전 다 겪은 '무림고수'들의 한 판 전쟁터다. 모범사례든 반면교사든 선배 정치인들을 깊이 연구하기 마련이다.

최근 국회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재선의원들을 중점 취재했다. 기획기사를 위해 '롤모델'에 대해 공통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은 국내 정치인을 롤모델로 꼽기 주저했다. "아직은 없다. 찾아보겠다"거나 "있지만 그분의 입장도 있으니 말하기 어렵다"는 대답이 많았다.

이해는 된다. 유명하다 싶은 정치인이라면 으레 빛과 그림자를 모두 지녔다. 역대 대통령쯤 되면 정파에 따라 평가도 극과 극이다. 롤모델로 삼는 순간 자신의 정치색이 규정될 지도 모른다.

반면 이구동성 치켜세운 정치인은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다. 링컨의 위대함은 일반인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다. 가난·가정불화·정치적 위기 등 고난을 무릅쓰고 끝내 노예해방 목표를 이뤘으며, 그 결과가 국가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유산이자 제도로 남았다.

하지만 링컨이 착하고 아름다운 정치만 했던 것은 아니다. 공화당 대통령인 링컨은 노예폐지법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을 회유하기 위해 공직을 약속했다. 때로 선거결과까지 뒤집어주겠다고 했다. 요즘 말로 하면 '매관매직'이다.

무엇보다 '암살'이란 비극적 결말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그럼에도 링컨을 롤모델로 꼽는 이유는 링컨의 '선의', 그 선의를 실현하기 위한 집요함과 설득력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재선의원들도 이 점을 주목했다.

요즘 여의도엔 링컨을 들먹이기 부끄러운 일이 많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 도중 '무단가출'을 했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민주당이 쪼개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은 국정 파트너에게 해선 안될 말이다. 국회 폭력을 막겠다고 선진화법을 내더니, 서로 감정을 누르지 못해 막말 공방이 벌어지자 이번엔 막말금지법을 만들자고 한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003년 '롤모델'을 우리 사회의 새로운 낱말로 인정했고, 이내 '본보기상'이란 우리말 대체어도 제시했다. '본보기상'이 '롤모델'을 대체할 수 있듯 후배 정치인들에게 링컨의 자리를 대신할 선배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