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의 구절이다. 모처럼 이 구절을 듣게 된 것은 지난 4일 새누리당 최고중진회의에서다.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이 "오늘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생각하게끔 하는 날"이라며 꺼낸 말이다. 현역 국회의원이 내란음모와 국가전복을 획책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건에 헌법 1조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염려에서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연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엄중한 수사를 요구하며 의원 제명은 물론 통합진보당 해산까지 거론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민주당에게도 화살을 돌리고 있다. 종북세력의 국회입성을 도왔다며 민주당의 입장표명과 사과도 요구하고 있다. 오로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주주의 파괴세력과 손잡은 민주당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헌법 1조를 내세운 것은 새누리당 만이 아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 민주당이 부르짖고 있는 것 역시 헌법 1조의 정신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광장 천막당사에서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은 헌법 제1조를 부정하는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국기문란 범죄"라며 "국가기관이 헌법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치권 갈등의 책임을 국정원과 여권에 돌리며 장외투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역시 헌법 1조를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두 당이 부르짖는 것처럼 헌법 1조는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가치다. 우리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이념이자 반드시 지켜야할 가치다.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대의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치를 정치권이 앞다퉈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최근의 정국 상황을 꼭 그렇지도 않다. 명분없는 정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헌법 1조를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고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민생에서 멀어진 채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는 있는 여야 정치권에 묻고 싶다. 상대를 공격하기 전에 자신들이 되뇌이고 있는 '헌법 1조'의 정신에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