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도' 의원입법, 경제적 약자만 피해 입어

'선한 의도' 의원입법, 경제적 약자만 피해 입어

김성휘 기자
2013.09.11 05:03

[의원입법 과잉]내수·투자 확대보다 기업 내쫓는 결과 초래

19대 국회에 접수된 법률안은 10일 현재 6430건으로 이 가운데 의원입법은 93.7%(6027건)에 이른다. 역대 국회와 비교하면 법률안 규모뿐 아니라 의원입법 비중도 크게 늘었다. 이는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법안이 속속 등장한 데다 국회의원들이 비슷비슷한 내용을 경쟁적으로 제출한 탓이 크다.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꼽히며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하도급법 개정안(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적용)은 진영 새누리당 의원(현 보건복지부 장관), 이목희·홍영표 민주당 의원 등 8명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합쳤다. 6월 국회를 뜨겁게 달군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법(공정거래법)은 8명, 가맹사업법(프랜차이즈법)은 5명이 경쟁적으로 발의한 내용이 반영됐다.

같은 기간 정부통계에서는 규제증가가 확인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건수는 이날 현재 7646건으로 지난해 7573건보다 증가했다. 부수조항을 포함, 총 규제는 그 두 배에 이른다. 이들 모두 기업규제인 것은 아니지만 정부 등록규제와 의원입법이 나란히 증가했고 정부 부처별로는 금융위·공정거래위·기재부 소관 규제가 다수였다. 넘치는 의원입법과 규제증가가 무관치 않은 것이다.

임원연봉 공개·내부거래 금지…겹겹 규제= 올 상반기 국회에선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부당내부거래,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됐다. 가맹사업 공정화에 관한 법률(프랜차이즈법) 개정으로 본사는 가맹점 인테리어 비용 40%를 지원해야 한다. 그동안 공정위가 지녔던 전속고발권은 중소기업청 등에 분산·확대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화학물질 등록 및 유해성 평가법(화평법)은 신규 화학물질이거나, 기존 화학물질이라도 1톤 이상 제조·수입할 경우 신고토록 했다. 2015년 1월 1일 시행되는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화학사고 발생 기업에 해당사업장 매출 5%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도록 했다.

이 같은 행위 규제와 달리 경영환경 자체를 규제하는 의원입법도 다수다. 5억원 이내에서 일정액 이상인 임원보수를 개인별로 공개하도록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바뀌었다.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도 각각 통과돼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한도가 9%에서 4%로 줄었다.

또다른 규제입법도 줄줄이 테이블에 오른다. 정부의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선출시 대주주 지분율 제한 △집중투표제 간접적 의무화 등을 담았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 김영주·정호준 민주당 의원 등이 앞서 발의한 법안을 반영했다.

주식매매 차익에 양도세를 내야 하는 상장기업 대주주 범위를 확대한 소득세법 개정안(정성호 민주당 의원), 네이버 등 대형포털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김용태 새누리당 의원)도 제출됐다.

이처럼 증가하는 규제는 경기 악화, 잠재성장률 저하 등 지금의 경제상황과 역행한다. 법안이 모호한 경우 정부 시행령이 희비를 가르는 규제 불확실성도 나타난다. 주요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한 배경이다. 지나친 의원입법이 내수소비와 국내투자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기업을 해외로 내쫓는 셈이다.

선의의 법안이 꼭 좋은 결과를 낳진 않는다는 모순도 드러난다. 경제민주화 법안 중 상당수는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마련한다는 의도였지만 입법결과는 도리어 경제적 약자에게 고통을 안길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다.

특수관계법인 즉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얻은 이익 일부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는 이 제도는 대기업 총수일가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됐다. 그런데 국세청이 통보한 납부대상자 2만여 명 중 대기업 오너 일가 대상자는 70명에 못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중소·중견기업의 세부담만 늘어나는 것이어서 여야와 정부는 법안 재개정을 준비 중이다.

정기국회에선 이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울 전망이다. 전경련·대한상의 등 재계는 상법 개정안이 세계 유례없는 지배구조를 국내기업에 강요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의는 화평법 완화 건의문을 정부에 전달,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는 등 진통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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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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