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기초연금 공약을 원안대로 이행하기 어렵다고 두손을 들었다. 지난 대선 당시 모든 노인들에게 20만원 씩의 기초연금을 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국 재정 탓으로 돌리며 하위 70% 노인들에게만 기초연금을 주되 전액이 아닌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 방침을 정한 것.
다만, 앞으로 재정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원안대로 추진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재정사정이 앞으로 나아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나아진다 하더라도 지출 우선순위에 따라 기초연금에까지 돌아오기는 만무하다.
당초 박 대통령이 기초연금 공약을 발표하자 대부분 언론들은 이를 무모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선거대책본부는 모든 공약은 재원을 충분히 검토했기 때문에 원안 이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뿐만 아니다. 박 대통령은 4대중증질환 국가보장,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고교무상교육 등 지키기 어려운 공약들을 남발했다.
이는 상대방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 진영은 더 많은 포퓰리즘 공약들을 쏟아냈다. 새누리당이 135조원의 공약을 발표했다면 민주당은 62조원이나 더 많은 197조원의 공수표를 남발했다.
민주당은 부자감세만 철회하면 기초연금 등 박 대통령의 공약이 다 이뤄질 수 있다고 공세를 취한다. 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넌센스다. 충분한 증세없이 이러한 공약을 이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역사에서 보듯 증세는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증세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이 같은 합의를 도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500년전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 마저 "사람은 부모가 죽은 것보다 자기 소유물을 빼앗긴 것을 더 잊지 못한다"고 증세의 어려움을 언급했을 정도다.
증세의 어려움을 아는 정치권은 결국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공수표만 날리고 이를 헌신짝처럼 뒤짚는 관행을 되풀이한다. 그렇다고 현재와 별반 다를게 없는 밋밋한 공약만을 제시했다간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유권자와 정치권 모두 공약이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선거때마다 똑같은 게임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과 유권자 이제라도 모두가 솔직해지자고 충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