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스타일] 골프접대 논란 등 국감서 甲 지위 확인
요즘 유행어 가운데 '셀프 디스'가 있다. 스스로 깎아내린다는 뜻의 신조어다. 결례(disrespect)를 뜻하는 영단어에서 파생된 국적불명의 말이지만 요즘 국정감사 상황을 표현하기에 제격이다. 국회가 피감기관 자료를 요구, 공개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국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17일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장. 건설근로자 급여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액을 적립, 이를 운용하는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정 모 감사가 "전·현직 국회의원 보좌관들에게 골프접대를 했다"고 말했다.
여야 환노위원들은 공제회가 부실한 기금투자와 방만한 경영을 일삼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칼끝이 자신들을 향했다. 예기치 않은 폭탄선언에 국감장에 잠시 정적이 흐를 정도였다.
18일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과잉의전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고위공직자가 해외를 방문하면 그 지역 코트라 해외주재관에서 영접을 나오는데 그 대상에 국회의원도 다수 포함됐다. 코트라는 중소기업의 수출업무를 지원하도록 설립돼 세계 120개 도시에 무역관이 있다. 그런데 정책 수요자인 수출중기보다는 '높은 분' 모시기에 급급한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이 코트라 자료를 분석, 이 같은 결과를 내놓자 동료 의원들은 "과거 사례일 것이다. 요즘도 그런 일이 있느냐"고 손사래를 쳤지만 난감한 표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두 사례는 국감의 긍정적 기능을 확인했다. 하지만 국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선 뒷맛이 씁쓸하다. 국회는 늘 정부기관이나 대기업을 향해 "갑을 관계에서 부당한 권한을 행사한다"고 지적해 왔지만 국회가 사회적 권력 면에서 여전히 갑(甲)의 지위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현직 보좌관의 골프접대 연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 감사는 자신이 접대했다는 보좌관 명단을 제출했지만 모두 '전직'이었다. 그는 "전·현직이라고 잘못 말한 것"이라 사과하고 결국 사표를 냈다.
실권이 있는 현직 보좌관을 제외하고 이미 업무를 떠난 전직 보좌관들만 접대를 했겠느냐는 의혹은 여전하다. 국회의원과 그 보좌관은 정부에 대한 자료요청 등 국정감사 권한을 지니고 있다. 정치권이 과거보다 상당히 투명해졌다 해도 피감기관이 '접대'에 나설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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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감에도 국회의 '셀프디스'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국회는 정부를 견제하는 동시에 고통스런 자기쇄신에 더 힘써야 한다. 국회 환노위 홍영표 민주당 간사는 "보좌관이 피감기관 등으로부터 접대를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코트라가 중소기업 수출지원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한 것"이라며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동료 의원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