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아닌 외국계 대기업은 중견기업…최경환 "잘못된 규제 시정"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5일 '묻지마 경제민주화 입법'이 국내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유사한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의 역차별을 불러오는 근거 규정들의 형태는 다양하다. 우선 정부나 공공기관 등이 중소·중견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자체적으로 기준을 갖고 운영하는 경우다. 최근에 문제가 된 김해공항 면세점이나 세종청사 구내식당 입찰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공항공사는 중소ㆍ중견기업 면세점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대기업의 입찰을 제한하고 있고, 기획재정부도 지난해 3월 중소 중견 급식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286개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에 대기업 계열사의 참여를 배제키로 했다.
중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입찰에 국내 대기업은 배제되고 외국 기업들의 참여가 가능한 것은 외국계 기업에 대한 중소기업 규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고 중견기업 규정도 국내 대기업들에게 불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의 경우 한국지사나 출자회사일 경우 국내 법인의 매출액, 자본금, 종업원수만으로 중소기업을 판단한다. 국내 법인과 무관하게 모기업의 자산 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30% 이상의 지분을 모기업이 보유하면 중소기업에서 제외되지만 어쨌든 국내 중소기업 규정 보다는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셈이다.
중견기업 규정은 특히 불리하다. 중견기업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상호출자제한대상기업집단에 속하지 않고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으로 규정된다.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만 상호출자제한을 받지 않는 외국계 대기업은 아무리 덩치가 커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결국 중소 중견기업의 입찰이 허용이 되는 경우 우리 대기업들은 대부분 입찰에서 배제되지만 외국계 대기업들은 입찰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지정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도 유사한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동반성장위는 지금까지 제과점업, 음식점업 등 100개 업종을 선정해 대기업의 진입 자제, 철수, 이양 등을 유도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소속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5일 중소기업청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진출을 막기 위한 적합업종이 우리 대기업에 대한 규제일 뿐 외국계 기업 진입에 대한 대책은 아직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각종 법률에서도 국내 기업 역차별 소지가 적지 않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하도급법의 경우 징벌적 수준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납품기업을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기업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입점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도 이 시장에서 외국계가 약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원내대표는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 매몰돼 법 조항들이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간과한 측면이 없었는지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면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들도 허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 수정·보완하고 잘못된 규제는 반드시 시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