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 30% 삭감' 약속 1년…법안 잠자고 정쟁에 검토 뒷전

국회의원은 △월별 수당 △연간 세비 △기타 지원 등 크게 세 항목으로 급여를 받는다. 수당은 매달 바뀌는 특별활동비를 제외하면 월 1031만원이다. 여기에 휴가비 등 연간 세비를 합하면 연봉 1억3796만원이다.
이와 별도인 기타 지원은 연 9000만원으로 정책개발비·사무실 운영비 등이다. 정책개발비엔 공청회·토론회 비용이 포함된다. 급여와 기타 지원 등을 모두 합하면 연 2억4000여만원. 이게 다 세금이다.
지난해 12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를 30% 가량 대폭 줄이는 법안을 당론으로 대표발의했다. 수당 가운데 일반수당(월 646만원)은 30% 깎는다. 입법 자료수집 등에 쓰는 입법활동비는 수당과 별도로 지급할 근거가 약해 심사를 거쳐 지급토록 조건을 바꿨다. 특별활동비도 칼을 댔다. 회기중 하루 3만원 가량이고, 결석하면 깎도록 돼 있지만 의정활동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임무란 점에서 완전 폐지토록 했다. 개정안은 연 4600만원의 정책개발비도 없애기로 했다.
'의원수당은 오르기만 한다'는 관행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방안이다. 민주당이 제살깎기를 자청한 것은 아니다. 대선기간 표심을 의식한 결과다. 새누리당도 국회의원이 지나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 법안에 동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에서 1년 가까이 잠자고 있다. 상정은 됐지만 논의 진전율은 사실상 제로(0%)다.
국회의 고민도 일리는 있다. 세비삭감은 자칫 정상적인 정치·정책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다. 해외 선진국은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지원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일괄 삭감보다는 청렴의무를 강조하면서 투명하게 집행하도록 유도하는 게 특권 내려놓기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
그러나 여야는 불과 1년 전에 세비삭감을 국민 앞에 약속했단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회가 민심을 외면하거나 스스로 한 약속을 파기한다면 국회선진화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국회사무처는 14일 의원특권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자료집을 공개했다. 수긍이 가는 내용도 있지만 '선진국은 더 많이 준다'며 정치권 공약 미이행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약속을 지키는 국회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