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괴감이 듭니다. 참담한 심정이에요. 국회가 필요없는 존재로 전락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들이 우리에게 손가락질을 해도 할 말이 없어요."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 조해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새누리당 간사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마이크를 잡았다. 비통한 표정이었다.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가 무산된데 따른 것이다.
그는 처음엔 방송법개정안과의 연계처리를 요구하는 야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달한 결론은 '국회 무용론'이었다. 소관 상임위의 수장으로서 6개월넘게 법안처리 제로(0)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결과에 대한 자성이었다.
일은 안하면서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데 대한 괴로움을 '밥 버러지'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간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왜 유독 미방위에서 여야 갈등이 첨예한 걸까.
정치적 영향력이 큰 '방송'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은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선거를 앞두고 표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여야 모두 한발짝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강한 정치적 성향을 보여온 종합편성채널(종편)에 대해서만은 여야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치킨게임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 뿐 아니라 방송관련 이슈는 번번히 미방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김민배 TV조선 보도본부장이 출석했을 당시에도 여당은 별도로 논의하고 국감부터 하자고 주장했다. 야당은 동행명령장 발부 등 처벌 조치를 요구하면서 지리한 싸움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7일에도 여야는 새벽 1시까지 법안소위를 열고 방송법개정안을 포함한 100여건의 법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몇시간 흐른 후, 아침이 되자 새누리당의 기류가 급격히 바뀌었다. 역시 종편 관련 법안 내용 때문이었다.
여야는 다시 미방위 재개를 위해 주말에도 물밑협상을 이어가는 등 접점을 찾아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합의문에 '방송법개정안 처리 날짜' 등을 명시하고 원자력법을 일단 처리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특정 집단의 이해가 해당 상임위의 '성역'이 된 '비정상'을 바로잡지 않고는 국회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