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담뱃값 인상, 물가연동제로 풀자"

[기고] "담뱃값 인상, 물가연동제로 풀자"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2014.07.08 06:03

[the300]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전체 성인 인구의 4명 가운데 1명은 연간 56만원의 세금을 더 내고 있다. 성인 전체 흡연율 25.8%를 기준으로 흡연자들이 하루에 담배를 한갑씩 피웠을 때 얘기다.

이는 연봉 3000만원의 근로소득세액과 비슷한 수치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폭적인 담배세금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겠다는 취지다.

사실 담배세금은 2004년말 인상을 끝으로 10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 물가가 계속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담배 세금은 실질적으로 인하된 것이다. 따라서 흡연율 억제와 신규 흡연자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담배세금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담배세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하기 어렵다.

첫째, 과도한 물가 상승의 우려가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결정하는 481개의 항목 중 담배의 가중치는 20번째로 높다. 이를 기초로 담배가격 인상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담배가격을 한번에 2000원 인상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0.65% 상승하게 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우리나라 흡연율의 사회 계층별 불평등과 변화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소득수준 1분위(상위 20%)의 흡연율은 47.8%였으나 소득이 최하위인 5분위의 흡연율은 무려 64.6%나 됐다. 저소득층일수록 담배 구입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결국 급격한 담배세금 인상은 큰 폭의 물가상승을 야기할 것이고, 이는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부담을 안기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 급격한 담배세금 인상은 소모적인 사회·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것이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법률에 의해 정해지면 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인상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담배세금 인상안이 제시될 때마다 흡연자의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혐연권과의 대립 등 사회적 갈등 발생은 물론 법률 개정 등 소모적인 행정절차로 인해 사회경제적 비용도 증가해왔다. 지금과 같은 담배세금 결정 방식 아래에서는 매번 반복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흡연율을 낮춰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재정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담배세금 인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인상폭과 방법은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근 국회에서 제기된 물가와 연동해 담배세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담배세금을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연동해 올리는 방안인데, 급격한 물가상승을 방지해 서민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매번 세금을 인상할 때마다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법률 개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모적 행정 절차도 생략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흡연율을 낮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모든 세금 인상이 그렇지만 담배세금 인상은 특히나 민감한 문제다. 담배세금이 간접세라는 특성상 납득할만한 세금 인상이 아니면 ‘서민 증세’라는 오해를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서민에게만 세금을 인상하는 ‘서민만 증세’가 아니라, 합리적 담배세금 인상을 통해 국민의 복리 증진과 국가 재정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서민을 위한 증세’가 돼야 할 것이다. 모처럼 국회에서 제기된 물가연동을 통한 합리적 담배세금 인상 방안이 법안 통과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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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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