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휘청거리는 신용카드③]해외 사례와 비교한 해법
경제인구 1인당 3.9장, 민간지출의 60.6%.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신용카드 시장의 지표다.
정부가 체크카드 육성으로 방향을 돌리기 전까지 과표양성화를 위해 소득공제 혜택까지 주며 육성한 결과 급성장세를 보여왔다.
2012년 경제활동인구 1인당 4.6장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2013년엔 규모가 다소 줄어 1억203만장, 1인당 3.9장을 기록했다.

민간최종소비지출 대비 신용카드 비중은 정부가 육성책을 시작한 1999년 이후 가파르게 올라 90년대 10%대에서 2002년 40%대로 뛰었다. 2003년을 거치며 카드대란을 겪자 다소 내려갔지만 2005년부터는 완만히 상승, 2012년 60%를 돌파했다. 현금서비스와 기업구매전용카드를 제외한 수치다.
신용카드시장 성숙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는 2006년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47.3%인 반면 미국은 20.3%, 일본은 12.1%에 그쳤다. 또 우리나라는 신용·직불·체크 등 카드 3종 가운데 신용카드가 액수로는 90%, 사용건수로는 80%를 차지한다. 국민들의 신용카드 사랑이 유별난 셈이다.
부가서비스가 발달한 것도 특이하다. 각종 할인, 적립, 영화관·놀이시설 이용혜택은 신용카드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이다. 이게 한국 특유의 현상이란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업계도 수수료나 시장상황을 설명하며 "한국은 부가서비스가 탑재된 형태"라는 특수성을 강조했다. 이는 카드사간 마케팅경쟁으로 이어진다. 카드사 수익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여서 장기적으론 신용카드 부가서비스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가맹수수료는 가장 큰 논란거리다. 가맹점 즉 각종 영업매장은 카드사에 수수료를 떼야 하는데 영업마진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그 체감도는 실제 요율보다 몇배나 크다. 가맹수수료는 지난해 카드사 수익의 48.5%를 차지했다. 50% 아래로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수익의 절반 가까이 의존하다보니 업계가 수수료 인하에 난색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소액결제는 이와 뗄 수 없는 관계다. 신용카드가 워낙 보편화하다보니 예전같으면 현금을 내밀었을 1000~5000원짜리 물건도 카드로 결제하기 다반사다. 게다가 가맹점이 카드를 거부하는 것은 법률로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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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물가상승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가맹점이 수수료 지출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가격인상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확산이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안되는 셈이다. 소액결제는 카드업계도 손해다. 카드사가 단말기와 전표를 관리하는 신용카드 부가통신서비스사업자(VAN사)에 주는 고정수수료를 감안할 때 1만원 이하 전표는 대부분 카드사에 마이너스 이익이라고 KB금융지주의 지난달 보고서는 지적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책으로 직불·체크카드 육성을 꼽는다. 신용카드를 '편식'하는 소비문화를 바꾸고, 카드사 조달비용과 가맹수수료를 낮춰 사회경제적 안정도 꾀할 수 있단 입장이다.
미국과 호주 사례가 주목된다. 미국은 2010년 법을 고쳐 가맹점이 10달러 이하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더 나아가 "고액결제는 소액보다 수수료 수입이 더 높다"며 "금액 관계 없이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카드 종류에 따라) 가격차등도 할 수 있게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카드사-고객(회원)-가맹점이란 3 당사자 체제를 카드사-전표매입사-고객-가맹점의 4 당사자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카드사가 전표매입 기능까지 하고 있어 가맹점에 대해 막강한 수수료 협상력을 지닌다. 카드사와 전표매입사가 수수료 협상을 하게 되면 이런 구조가 깨진다. 호주는 3당사자 체제를 4당사자 체제로 바꿔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자영업자 과표양성화를 위해 한시 도입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5번이나 연장됐다"며 "다른 나라처럼 직불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그다음 체크-신용카드 순으로 쓰는 게 이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처럼 정부가 가맹수수료를 지도하는 게 아니라 정부는 꼭 필요한 수수료만 정하고, 나머지는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균형점을 찾도록 해야 한다"며 "4당사자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