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새누리의 '크레이지'…야성을 강화하는 방법

[현장+]새누리의 '크레이지'…야성을 강화하는 방법

김태은 기자
2014.08.08 11:23

[the300]혁신·참여 등 과거 야당 선점 가치 공략

↑새누리당 모바일 정당 크레이지파티가 다음 아고라에서 18세 선거권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다.
↑새누리당 모바일 정당 크레이지파티가 다음 아고라에서 18세 선거권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다.

젊은 애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로 눈길 좀 끌어보려 하는구나, 솔직히 새누리당의 모바일 정당 '크레이지파티'에 대한 첫 느낌은 이 정도였습니다. 크레이지파티가 첫번째 주제로 '게임중독법' 얘기를 꺼내는 것을 보고 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제로 '18세 선거권'을 꺼내 든 것을 보고는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귀에 더 크게 들린 건 18세 선거권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띄운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특정 포털사이트에 대해 여권이 불편해 한다는 얘기는 심심찮게 나왔습니다. 다른 포털에 비해 유독 반(反) 여권 정서가 강한 글들과 댓글들이 많이 올라온다고 판단하는 것이여권의 정서인 것도 사실입니다.

다음의 토론게시판인 아고라는 특히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주장들이 넘쳐납니다.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집회 제안이 나온 곳도 이곳이었습니다. 일부 강성 여권 지지자들이 이른바 '좌좀(좌익 좀비)'들의 놀이터라고 비꼬아 부를 정도입니다.

18세 선거권이란 주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야당에서 그 필요성을 때때로 들고 나왔지, 여당에서는 섣불리 언급하기 어려워하는 민감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20~30대의 젊은 세대는 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좌좀들의 놀이터'에 18세 선거권을 주제로 크레이지 파티를 띄우겠다는 새누리당의 심보(?)가 참 고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형식과 내용, 타깃까지 모든 것이 야당이 전통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크레이지 파티를 기획 조종하는 '배후 인물'이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이란 점에서 이 같은 의혹(?)은 좀더 명확해집니다.

조동원 전 본부장은 새누리당에 '혁신'이란 간판을 걸게 한 주인공입니다. 혁신을 기치로 6·4 지방선거에서 역시 여당에선 금기시되던 1인 피켓 시위를 도입하고 7·30 재보선에선 국회의원 '나으리'들에게 반바지를 입힌 그의 선거운동은 정치성향과 관계없이 사람들의 눈을 붙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는 선거와는 다른 방식의 '참여'를 구현하는 모바일 정당 '크레이지 파티'까지 밀어붙였습니다. 1차적으로는 새누리당과 다소 거리가 먼 젊은 세대와 접점을 넓히기 위한 방식으로 제시한 듯하지만 결국은 국민들의 정치 참여를 보다 폭넓게 이끌어낸다는 과거 참여정부의 이상과 통하는 부분입니다.

혁신, 참여. 야당 색이 뚜렷한 이 같은 가치를 새누리당이 받아들인 것은 새누리당의 지지 기반을 범 야권 성향의 국민들까지 넓히겠다는, 아니 넓히지 않으면 안된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전략적으로 '야성(野性)'을 강화하는 셈입니다.

보수 가치를 추구하는 새누리당이 야당 방식을 좇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이런 의문들이 제기될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크레이지파티 운영위원인 한 새누리당 의원의 대답이 섬뜩합니다.

그는 "혁신이나 참여 등은 사실 10년 전 저쪽(야당)이 집권했을 때 강조했던 부분인데 야당이 그동안 이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된 것들을 비록 여당이지만 우리가 제대로 살려서 국민들에게 인정받겠다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보선 참패의 충격 속에 야당의 환골탈태를 주문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 정체성에 대한 의견들도 분분하다고 합니다. 강경파 의원들은 '야성'을 살려 '선명야당'을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이야기하는 야성이 과연 어떤 걸까 의구심을 표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이른바 운동권 출신성분을 지닌 일부 계파를 중심으로 투쟁 위주의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바라볼 때 진짜 야성은 '혁신과 참여'일까요, 아니면 '투쟁'일까요. 새누리당은 그 답을 이미 찾은 것 같은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직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