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소나기, 우산 받쳐줄 야당은?

증세 소나기, 우산 받쳐줄 야당은?

김준형 정치부장 겸 경제부장
2014.09.16 07:03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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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편집국 회의실 입구에는 '함께 맞는 비'라는 신영복 선생의 글귀가 걸려 있다. '우산을 들어주는 것보다, 함께 비를 맞아 주는 게 진정한 위로와 도움'이라는 의미가, 볼 때마다 공명을 일으킨다.

함께 비를 맞아줄 도량까지 갖추지 못한 나같은 사람은 '나는 비를 맞고 있는데 누군가 저쪽에서 우산을 쓰고 서 있다면 정말 열 받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내 주머니에서 세금으로 더 많은 돈을 내놓아야할 처지에 놓인 요즘 서민들의 생각이 그럴 것이다.

'증세는 없다'던 집권 초기 정부의 호기로운 다짐은 사라지고, (더 걷기는 하지만) 증세는 아니라는 '사실상 증세'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대통령 이름을 딴 '근혜노믹스' 대신 부총리 성을 딴 '초이노믹스'가 경제정책의 통용어가 된 것도 이런 어물쩍 변화를 커버하는데는 나름 유용한 것 같다). 증세 앞에 '사실상'이 붙건 안붙건, 엎어치건 메치건 국민들 입장에선 주머니에서 돈 나가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늘어나는 세금 대부분이 일반 국민들의 주머니 푼돈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폭 늘어난 복지예산으로 지방재정이 파탄 날 지경이고,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적자재정을 메워야 하는 상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국민건강 차원에서 담뱃세를 올릴 거라면 '징세 극대점'인 4500원이 아니라 '선진국 수준'인 1만원 이상으로 화끈하게 올려야 맞다. 담배 한 갑 값도 안되는 주민세 정도야 담배 끊고 1만원으로 올려 내는 게 대수인가. 탄소 내뿜는 자동차 몰고 다니는 죄로 자동차세를 두배 더 내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만 비를 맞지?"라는 생각이 들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다가 '지금 맞고 있는 건 비가 아니고 그냥 옆에서 튀어온 물방울'이라는 말은 화를 더 돋운다.

'최적과세'란 납세자가 국가의 유지를 위해 얼마만큼 양보할 수 있는지 양보선을 찾는 일이다. '양보'는 납득과 공감을 전제로 한다. 상대적으로 성장효과가 몰렸고, 세제 혜택이 컸던 주체들은 여전히 우산을 쓰고 있다는게 국민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돌아보면 인류 역사는 세금투쟁의 역사였다.

크고 작은 전쟁의 이면, 왕조와 정권의 부침엔 늘 세금문제가 빠지지 않았다. 인도의 간디가 비폭력 저항운동을 소금세 거부에서부터 시작한 것은 세금문제의 폭발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기준도 경제문제로 파고들다보면 누진세에 대한 입장차이로 귀결된다.

인간의 기본권을 규정한 가장 중요한 문서로 평가되는 영국 대헌장(마그나 카르타)은 "대표자 없는 곳에 세금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로 시작된다.

국왕이 가졌던 세금징수권을 빼앗아 '25인 대표자 회의'로 가져온 게 오늘날 의회의 탄생이다. 세금을 둘러싼 갈등을 중재하고 풀어야 할 열쇠는 국회의 태생적 숙제이자 본질적 임무라는 말이다.

어찌보면 세월호 특별법보다 더 중대하고 무거운 숙제가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있는데, 우리 국회는 개점 휴업 상태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정부의 증세 방안에 대해 날을 세우지 못하는 거야 그렇다고 치자. 정부 여당을 견제해 증세문제를 풀어가야 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 순간에도 당대표 자리를 놓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함께 비를 맞아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산 씌워줄 생각도 하지 않는 야당, 유권자들의 주머니보다 자신들의 입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원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참기 힘든 고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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