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반기문 대망론'은 역시 국회를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한 '개헌 논의'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우선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개헌 논의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로부터 몰아쳐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받은 모양새라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주자 가능성은 새누리당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 모임에서 의도적으로 띄우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올드보이'들이 경쟁적으로 주도권을 내세우는 형국입니다.
뚜렷한 실체가 없다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개헌을 당장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만 있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안은 중구난방이듯이, 반기문 총장은 벌써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서 다른 정치인들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의 정치적 역량에 대해선 확실하게 이렇다 대답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 만으로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개헌도, 반 총장도 미래 권력에 대한 구상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보면 현재 권력, 혹은 기득권의 부정입니다. 그 가능성만으로 권력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개헌과 '반기문'이 교차하는 지점이 생깁니다.
개헌 논의를 하자는 쪽과 반 총장의 대권 주자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하는 쪽이 묘하게 대칭을 이룹니다. 한쪽은 권력구조라는 제도를 얘기하고 다른 한쪽은 대권 주자라는 사람을 얘기하는데도 마치 하나의 사안을 두고 찬반이 나뉘듯 진영이 갈리는 모습입니다.
아마도 정치권에서 개헌과 반 총장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이 본질적으로는 하나로 환원되기 때문일 겁니다. 막강한 권력이 집중돼 있는 대통령의 미래로 말입니다. 새누리당 쪽에선 '개헌' 대신 김무성을 넣고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선 '반기문' 대신 신당 창당을 넣어도 하등 어색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이유입니다.
개헌도, '반기문'도 현재 정치 권력의 대안으로 정치권에서 제시됐습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아닌 일반 국민들의 여론에서는 이 둘에 대한 반응이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개헌은 정치인들의 권력 다툼으로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은 반면 차기 대권주자로 '반기문'이란 카드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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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물들지 않은 깨끗한 이미지와 '세계 대통령'을 역임한 위대한 능력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일 겁니다. 이른바 '안철수 효과'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그러나 '반기문 대망론'과 '개헌 논의'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시급히 바꿔야할 만큼 문제가 많다면 반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한들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분권형이든 4년 중임 대통령제든 장점이 많은 제도라도 지금의 정치인이 만드는 것은 믿을 수 없다고 국민이 외면하면 개헌은 아예 이뤄지지도 못합니다.
개헌 논의와 '반기문 대망론'은 한동안 정치권의 화두가 될 전망입니다.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다음주 개헌특위 구성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해 개헌 논의의 불씨를 살려간다는 방침입니다. 반면 반 총장 측은 5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반기문 대망론'을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5일 언론대응 자료를 배포해 "최근 일부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반 총장의 향후 국내 정치 관련 관심을 시사하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으나 반 총장은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국내 정치와 선을 그었습니다.
그럼에도 한번 불붙은 '반기문 대망론'은 쉽게 꺼질 것 같지 않습니다. 정치권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반 총장을 내세운 권력투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여권의 한 국회의원은 "반 총장에 대한 여론을 보면 그동안 이미지만으로 국민들에게 일시적이나마 지지를 받았던 사례와 달리 꽤 강한 영향력을 미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만큼 기존 정치권이 거듭나야할 부분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