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우회지원' 합의…여당, 명분·실리 다 챙겼다

누리과정 '우회지원' 합의…여당, 명분·실리 다 챙겼다

황보람 기자
2014.11.25 17:41

[the300]대통령공약 사업 예산 증액해 누리과정 우회지원…국비 부담도 최소화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대표실에서 열린 누리과정 예산 논의 회동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4.11.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수석대표실에서 열린 누리과정 예산 논의 회동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14.11.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야가 마침내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 무상보육 예산 '우회지원'에 합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우리 의견이 관철됐다"고 자평했지만 정작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쪽은 새누리당이다.

25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누리과정 예산을 우회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지방교육재정 부족분은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하되 이자 부분은 2015년 교육부 예산에 반영해 국비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또 방과후돌봄교실이나 특성화 고등학교 장학금 지원 등 예산을 증액 편성해 지방교육재정에 숨통을 틔움으로써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여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교육 공약 국비 증액 '우회지원'

"법적으로 누리과정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여당은 해결책으로 '우회지원'을 택함으로써 '법'을 어기지 않겠다는 명분을 지켰다.

또 우회지원 대상에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약속 실천'이라는 실리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초등돌봄교실이나 고교무상교육과 같은 대통령 공약 사업에 국비를 편성하지 않아 비판을 샀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방채 지원)부족 부분은 방과후 돌봄교실이라든가 특성화 고등학교 장학금 지원,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등 지방교육청에서 분담해야 될 항목을 교육부 예산에서 편성해 지원하는 방법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로 국회 예산 심의 전체를 발목잡고 있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도 재가동됐다. 이에 따라 여당으로서는 국회법(국회선진화법)에 맞춰 오는 2일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지키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우회지원 규모 얼마? 최소 2000억원 vs. 최소 5000억원

남은 건 여야가 우회지원 규모를 확정하고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한 지방채 발행 근거를 법적으로 보완하는 일이다.

안규백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큰 틀에서 합의를 본 것이고 미세한 부분은 추가로 관련 상임위와 협의하기로 했다"며 "신규 이자분은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간 상이한 내용이 있어 조정 후 최종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지원 금액을 2000억원~5000억원 사이로 보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최소한 지난해 대비 누리과정 예산 증가분인 5000억원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교문위 예산소위에서 교육부는 누리과정 예산 증액분 5233억원과 지방채 발행 이자 895억원 등 6128억원을 추가지원하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이는 아직 확정된 금액이 아니라고 제동을 걸어 소위는 정회됐다.

야당은 이날 합의문 가운데 "국가는 누리과정 2015년 소요 순증에 따른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을 감안해 교육부 예산을 증액편성한다"는 항목을 '순증분 전체'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금액은 추가 협의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설령 5000억원 대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야당이 선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누리과정 예산 전액인 4조원 가량을 국비로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어린이집분 2조1000억원으로 한발 물러났다가 결국 5000억원밖에 끌어내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누리과정 예산 논쟁에 종지부를 찍더라도 야당에게는 교육감들을 설득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는 등 난관이 남아있다.

일부 교육감들은 어린이집은 '교육'의 범주가 아니어서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으로 전해졌다. 앞서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편성했던 교육감들도 이를 유보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야당 교문위 관계자는 "일부 강경한 지방 교육감들의 경우 어린이집분 누리과정 예산인 2조1000억원을 모두 국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순증분인 5000억원 초반대로 합의가 된다고 해도 교육감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누리과정 예산 지원 지방채 발행…법적 근거 없어

한편 누리과정 예산을 위한 지방채 발행은 법적 근거가 없어 관련법 개정을 위해 여야가 논의 중이다.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두고 정회되는 등 갈등을 빚었다. 안행위 여야 위원들은 기재부가 사전에 충분한 설명없이 청부입법 형태로 법안을 내놨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방채 발행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놓은 대안인 데다 여야 지도부도 합의한 상태여서 큰 무리 없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지방재정법(11조)에서는 지방채발행 요건을 △공유재산의 조성 등 소관 재정투자사업과 경비 충당 △재해예방 및 복구사업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예측할 수 없었던 세입결함의 보전 △지방채의 차환 등의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김태년 교문위 야당 간사는 "현재로서는 누리과정 예산분 1조1000억원에 대한 지방채 발행 근거가 없다"면서 "법 통과를 안행위에 요청해 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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